“구제역 때문에”… 수렵인-지자체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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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등 3개시군 “수렵 자제”… 수렵인들 “너무한다”

지난달 17일부터 충남 보령시와 서산시, 태안군 등 3개 시군 1025.7km²에서 순환수렵장 운영을 시작한 지방자치단체가 외부 수렵인들이 구제역을 퍼뜨리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안군은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에서 수렵을 신청한 A 씨에게 별도로 e메일을 보내 “구제역 전파가 우려되니 태안군에 되도록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수렵인 282명의 명단을 구제역 담당부서에 넘겨 구제역이 확산되면 통제하는 데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서산시는 수렵을 신청한 910여 명에게 매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축사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구제역이 아니더라도 축사 근처에서 사격은 못 하도록 하고 있지만 통행 자체를 하지 말 것을 주문한 적은 거의 없었다. 서산시 관계자는 “매일 문자메시지를 보내니 전화를 걸어와 ‘그러지 않아도 주의하고 있는데 너무한다’고 항의한다”며 “하지만 축산 농가에서는 순환수렵장 운영을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얘기도 나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구제역 의심 돼지 2만1000마리를 도살처분한 보령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축사 반경 100m 이내에 엽사들의 접근 금지를 알리는 스티커를 축사 인근에 붙이고, 현수막 400개를 곳곳에 내걸었다.

수렵인들은 지자체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렵인 노모 씨는 태안군청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텅 빈 논바닥은 수렵장으로 풀고, 갈대지대나 인가 주변 야산, 저수지들은 대부분 수렵 금지 지구로 설정하고 있다”며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는 수렵 금지 지구와 수렵장 푯말은 대체 어디가 기준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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