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9일 함바집 운영권을 내주는 대가로 유모 씨(64)에게서 2억4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59)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다른 건설사 임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날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던 SK건설 마케팅부문 김명종 사장(59)은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 유 씨는 함바집 업계의 마당발
이번 수사는 이른바 함바집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유 씨가 20여 곳의 건설회사 및 공사발주업체 등에 돈을 뿌리고 다녔다는 첩보에서 시작됐다. 유 씨는 W푸드 등 4개 함바집 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건설회사 임원들과 잘 통해 로비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가 금품 로비를 벌인 건설회사는 지금까지 검찰이 확인한 곳만 해도 모두 9곳.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과 광주 등 지방까지 아파트단지, 재개발지역, 정유공장 등 공사현장의 식당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 씨는 건당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엔 9000만 원까지 건설회사 임원과 현장소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건설회사 임원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조사한 곳이 여러 곳”이라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10일 유 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 “브로커 없이는 함바집 운영권 못 따”
이른바 함바집은 독점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쏠쏠한 장사’라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많게는 30%에 이르는 마진과 평균 1년 이상 고정 고객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함바집 운영권을 노린 거액의 금품 로비와 브로커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는 것.
건설회사 및 함바집 전문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1000채 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의 경우 평균 30개월의 공사 기간에서 기초 및 마무리 공사를 제외한 최소 18개월 동안 200명 이상의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된다. 현장소장과 협의 후 정하는 한 끼 식대가 평균 4000∼5000원 선이고 최소 마진이 20%임을 감안하면 18개월 동안의 순수익은 2억 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담배와 회식 때 파는 술, 오전 오후 두 차례씩 파는 간식까지 합치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식당 건물은 통상적으로 시공사에서 지어주기 때문에 함바집은 임차료 걱정 없이 식당 운영비만 부담하면 된다”며 “공사가 끝나면 근로자 임금에서 식대를 공제해 함바집에 주기 때문에 밥값을 떼일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식당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으면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배기 사업”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함바집 운영권을 따려면 건설회사 인맥이 좋은 전문 브로커들에게 많게는 수천만 원을 쥐여줘야 하는 것이 관행이다. 함바집을 운영하다 최근 손을 뗐다는 A 씨는 “건설사 핵심 임원들과 연줄이 닿는 브로커 없이는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게 이 바닥 구조”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브로커들에게 많게는 억대의 돈을 주고 운영권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함바집 운영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에 함바집을 열고 싶다는 문의 글을 올리면 하루에 두 명 이상의 브로커가 권리금을 협의하자며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공사가 막 시작된 현장 주변에서도 브로커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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