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바람피우면 위자료 10억’ 각서 효력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입시학원장, 두달여 동거녀에 공증까지
법원 “폭로 위협에 썼고 액수 지나쳐 무효”

수도권 일대에서 ‘잘나가는’ 입시학원장인 A 씨(45)에겐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었다. 이혼 후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지 못한 것. 그러던 중 그는 결혼정보업체의 주선으로 지난해 12월 B 씨(42·여)를 만나게 됐다. 개인적 취향이나 경제적 형편이 서로 잘 맞는 데다 자신과 같은 ‘돌싱(돌아온 싱글)’이란 점에 매력을 느낀 A 씨는 올해 2월부터 서울 도심의 월세 430만 원짜리 고급 아파트에서 B 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두 달여 만에 A 씨가 또 다른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몰래 선을 보면서 바람을 피우다 B 씨에게 딱 걸린 것이다. “복잡한 여자관계를 학원에 알리겠다”는 B 씨의 위협에 겁을 먹은 A 씨는 ‘다시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 위자료 10억 원을 주고 헤어진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틀 뒤 마음을 바꾼 A 씨는 B 씨에게 결별을 선언했고 B 씨는 위자료 10억 원을 내놓으라며 법원에 약정금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대성)는 “공증 등 법적 절차를 거쳤더라도 각서의 공정성이 없어 무효”라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자관계를 폭로한다는 말이 교육업 종사자인 A 씨에게 큰 위협이 된 것으로 보이며, 3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동거 때문에 10억 원을 부담한다는 것은 상당한 재력을 감안해도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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