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반발하며 9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한데 이 중 9일 오후 4시부터 48시간 동안은 관할 경찰서에 집회신고가 되지 않은 사실상의 불법집회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9일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 한편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지만 남대문경찰서에는 11일 오후 4시부터 집회를 여는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집회를 열려면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100시간 농성’을 결정하고 집회신고를 한 것이 9일 오후 4시여서 48시간 뒤인 11일 오후 4시부터 집회를 여는 것으로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열고 공공장소에 천막을 친 채 농성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경찰은 당장 참가자를 연행했을 것입니다. 천막도 증거물품으로 압수했을 것입니다. 경찰은 민주당의 집시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을 미루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민주당은 다수 인원이 천막을 친 채 농성을 해 시민단체 회원 몇 명이 신고 없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면서도 “위법성 여부는 서울지방경찰청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1야당의 정치행위를 공권력으로 누르자는 뜻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농성 명분은 새해 예산안의 이른바 ‘날치기’ 처리입니다. 소수가 다수를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하는 질문을 잠시 묻어두더라도 민주당이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려면 스스로 절차를 지켰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48시간을 기다렸다가 집회신고가 이뤄진 11일 오후 4시부터 농성을 벌였으면 어땠을까요. 일각에서는 “‘날치기’ 처리 무효화가 시급한데 어떻게 지킬 것 다 지키느냐?”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누구나 절실하기 때문에 집회를 엽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48시간 이전에 신고를 하고 법을 지키며 엽니다.
서울시는 48시간 동안 사용 신고 없이 광장을 차지한 민주당에 23만6400원 내외의 변상금을 부과할 방침입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시 광장조례에 따라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48시간의 위법과 23만6400원의 변상금. 별것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48시간 동안 순수한 의도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불법집회 참석자’가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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