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추위에다 AI 여파, 연평도 사태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날아와 월동하는 겨울철새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16일 철원군 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100~200여 마리의 독수리들이 몽골에서 남하해 먹이를 찾기 위해 하늘에서 배회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혹한의 날씨로 야생에서 동물의 사체를 발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독수리들은 수십마리씩 떼를 지어 민가나 축사, 도로 인근까지 내려앉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몽골 등의 서식지에서 경쟁에 밀려 한반도까지 내려온 이들 독수리는 건강상태가 취약해 혹한기에는 탈진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배고픔 때문에 감염된 동물의 사체를 먹을 경우 폐사할 수도 있다. 철원은 이날 새벽 아침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는 등 이틀째 강추위가 이어졌다.
최근 남쪽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것도 최전방 겨울철새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축산 당국은 먹이주기를 실시할 경우 AI가 감염될 수 있다며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자제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
한 주민은 "독수리는 동물들의 사체만 먹기 때문에 대자연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AI 때문에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라고 귀띔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인근에 대한 민간인들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조류보호단체의 발길마저 끊기고 있다. 철원지역은 연평도 사태로 지난달 23일부터 겨울철새들의 월동지인 민통선 이북 철원평야에 대한 민간인들의 출입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월동하는 독수리들이 먹을 만한 동물의 사체가 평소에도 많지 않은데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먹이가 더 없다"면서 "특히 이번 겨울의 경우 연평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민통선 출입이 전면 통제돼 겨울철새를 보살피는 활동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에서는 탈진상태로 구조됐던 독수리 가운데 33마리가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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