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시신 화장… 사망위장 ‘보험사기女’ 살인혐의 적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14시 46분


범행전후 행적 등 정황 증거만으로도 유죄입증 자신

검찰이 다른 사람의 시신을 화장해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혐의로 기소된 손모(40·여)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범행 전후의 행적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유죄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인데다 손 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살해 방법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3개월에 걸친 보강수사를 통해 손 씨가 이번 사건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17일 부산지검 형사2부(장호중 부장검사)에 따르면 사문서 위조죄로 보험금 4000만원을 챙긴 전력이 있는 손 씨는 여성쉼터에 있던 피해자 김모(26·여)씨를 만나기 2개월 전부터 모두 24억원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당시 특별한 수입이 없었던 손 씨는 모두 32억원을 받아낼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려 했으나 8억원 가량은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했다.

손 씨는 또 4월부터 인터넷에서 살해 방법, 여성쉼터, 사망신고 절차, 독극물 등의 단어를 수차례 검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5월에는 대구에 있는 여성쉼터 원장에게 찾아가 "부모가 없고, 찾을 사람이 없는 여성을 소개해 달라"고 해 김씨를 만났다.

손 씨는 이어 6월16일 취업을 미끼로 김 씨를 부산으로 데려갔고, 김 씨는 다음날 오전 4시30분 경 병원에서 숨지자 지인까지 동원해 김 씨의 시신을 자신으로 둔갑 시킨 뒤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시신을 화장해버렸다.

손 씨는 범행 후인 7월17일에도 김 씨가 머물던 여성쉼터에 전화해 원장에게 "김 씨를 데리고 있는데, 내 물건을 훔쳤다"고 속여 200만원을 송금받는 뻔뻔한 짓까지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또 손 씨가 끝까지 살인 혐의를 부인하자 대검 통합심리분석팀에 의뢰해 손 씨의 행동과 진술을 분석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했으며 3가지 분석에서 모두 손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특히 검찰은 김 씨가 숨진 6월17일이 손 씨가 다른 사기 사건으로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날이었고, 손 씨가 피해 보상을 못 한데다 수차례 법정에 나가지 않아 구인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서둘러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구속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은 시민 9명으로 구성된 부산지검 시민위원회에서도 공감을 얻어 지난 15일 만장일치로 손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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