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이 즐겁지만 않은 여고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교문을 들어서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아, 정말 내가 합격했구나’ 하고 실감이 나더라고요.” 꿈에 그리던 서울대 간호학과에 수시 합격하고도 아픈 엄마 생각에, 등록금 걱정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이진 양(17·전남 광양시 중마고 3년)은 17일 서울대 수시 합격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나서야 정말로 대학생이 된 것만 같아 즐거웠다.

2004년 자궁암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골수까지 퍼져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진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손과 발이 돼 왔다. 엄마의 뒷바라지가 필요한 고3 때도 진이는 힘들다는 투정 한번 안 부리고 일찍 일어나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했다.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60여만 원으로는 약값을 대기도 빠듯해 주말이면 빵집에서 일하면서 매달 20만 원씩을 벌었다.

‘엄마처럼 아픈 사람 보살피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버텨내며 서울대 합격증까지 손에 쥐었지만 합격의 기쁨은 잠시였다. 등록확인 예치금 16만9000원은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곧 고지될 등록금은 어떻게 내야 할지 막막하다. 어머니 병간호는 더 걱정이다. “제가 서울로 가면 엄마 혼자만 남는데 하루 5만 원 하는 간병인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예비 후배’의 사연에 선배들은 마음이 아팠다. 진이의 사연을 접한 서울대 학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를 통해 ‘후배를 돕자’며 발 벗고 나섰다.

서울대 4학년 김모 씨(25)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일부를 떼어 주기로 했다”며 “너무 적어 미안하지만 작은 도움이나마 보태 기특한 후배와 꼭 함께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간호대 학생회도 나섰다. 서울대 간호대 학생회장 송수연 씨(20)는 “개인적인 모금은 정보유출 등 우려가 있어 학생회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며 “어머니 걱정을 덜고 학생이 공부에 전념하려면 정기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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