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 ‘대기권 이탈’ 상향지원?… ‘인 서울’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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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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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눈치작전… “기발한 카드 찾아라” 아이디어 고민 또 고민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눈치작전’이 본격 시작됐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인원은 전년대비 3만여 명 증가한 71만2227명. 게다가 수시로 뽑는 인원의 비율이 전체의 60%로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정시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고3. 미치겠다. 모의지원을 해보면 사교육업체마다 결과가 다르다. 재수생이 많아졌으니 지난해 배치표도 못 믿겠다. 상담하면 무조건 하향지원하란다. 하지만 그들은 좀 더 나은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 그들의 기상천외한 눈치작전 현장을 들여다보자.

경북의 한 고교 3학년 C 양(18). 매일 저녁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댄다. 어머니는 데스크톱, C 양은 넷북, 아버지는 회사 노트북을 펼치고 입시정보와 경쟁률을 검색한다. C 양, 이번 수능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는데, 이렇게 열심인 이유가 뭘까?

“물리치료학과를 꿈꿔왔어요. 평소 성적이 4, 5등급 내외여서 이미 생각해 둔 대학도 있었죠. 그런데 수능에서 언어 3등급, 외국어 4등급이 나왔어요. 물론 수리는 6등급이었지만요. 생각을 바꿨죠. 가, 나군은 안정지원하고 다군은 상향지원으로요. 부모님도 기대가 컸는지 발 벗고 나서주셨어요.”

아버지와 C 양의 작전은 일명 ‘대기권 이탈 상향지원(자신의 성적보다 훨씬 높은 점수의 대학 지원)’. 학과는 상관없다. 안정지원을 해뒀으니 지역 명문인 I 대, K 대 등을 노려보자는 것. 이들 부녀는 수리 비중이 낮은 학과를 비교 분석해 시나리오를 세우고 경쟁률을 비교한다. 어머니는? 어쨌든 올해 대학에 가야 한다는 입장. 전문대, 산업대의 물리치료학과를 검색 중이다. C 양의 집, 밤늦도록 시끄럽다. “A 전문대는 스스로 잘 본 과목을 선택해 반영하는데 유리하지 않겠니?” “B 학과 경쟁률 낮은데, 교차지원해볼래?”

정시지원을 앞둔 고3 P 양(18·서울 노원구)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카페, 영화관으로 놀러간다. 마음 편해 보인다고? 그럴 리 없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P 양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MP3플레이어부터 켠다.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가 가능한 장소인지 확인하는 것. 촌각을 다투는 지금, 인터넷이 안 되면 큰일이다.

그의 MP3플레이어에는 수많은 입시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다. 실시간 경쟁률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다. 주변에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도 검색을 돕는다. 그는 2, 3개의 여대 자연계열을 두고 고민 중.

“수능도 끝났는데 안 놀 순 없잖아요. 그래도 수시로 인터넷을 통해 경쟁률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거든요. 친구 중 정시생은 저뿐이라 원서접수 마지막 날 모두 도와주기로 했어요. 마음 정했어요. 마감 1시간 전 경쟁률을 보고 지원을 결정하려고요.”

컴퓨터 한 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고3도 있다. 전북의 한 고교 인문계열 3학년인 H 양(18). 그는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17일부터 방문을 닫아걸었다. 방 안에는 오로지 컴퓨터 한 대와 H 양뿐. 혼자 모든 일을 하는 이유는?

“항상 모의고사 언어·수학·외국어 1등급을 유지했는데 수능을 망쳤어요. 세 영역 모두 3등급. 충격이었죠. 부모님, 선생님 뵐 면목도 없었어요. 수시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 배만 아프고, 재수를 하려니 내년부터 범위가 늘어나는 수리가 걱정이고….”

희망은 단 하나. 다들 지방 국립대로 갈 때 ‘인 서울’(서울지역 대학 합격)하는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최하위권 어떤 과든 간다. 공부 하나는 자신 있다. 가서 과톱(학과에서 1등) 먹고 가장 좋은 학과로 전과하면 된다.’

우선 적정지원(배치표상 자신의 점수와 같거나 한 단계 정도 높은 학과) 대학을 모두 찾았다. 그중 서울권 J 대, H 대, D 대 등 알려진 학교의 비인기학과를 골랐다. 미리 20여개 학과에 원서를 써뒀다. ‘결제하기’를 누르기 전까지 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

그 다음은 실전. 인터넷 창을 띄운다. 대학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새로 고침’을 눌러 경쟁률을 확인한다. 대입관련 카페 채팅방에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오가는 정보도 흡수한다. 인터넷 점공(점수공개) 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능 점수를 ‘눈팅’하며 합격 가능 대학을 가늠한다. 가장 낮은 경쟁률을 가진 학과에 지원해 ‘무조건’ 합격하는 것, 이것이 지금 H 양의 마지막 희망이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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