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행사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 씨(49)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한 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며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한 씨는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어떤 정치자금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 씨는 “(분양사기 사건으로) 수감된 이후 회사를 남에게 뺏긴 상황에서 제보자인 남모 씨가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겁박해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9억 원 가운데 3억 원은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 씨(여)에게 빌려줬으며, 6억 원의 일부는 자신이 썼고 나머지는 경기 고양시 H교회 공사 수주를 맡았던 한신건영의 박모 전 부사장과 H교회 건축위원회 간사였던 김모 장로에게 수주 성과급으로 건넸다고 밝혔다.
검찰은 회사 회계장부의 ‘한’자 표기와 채권 회수 목록에 적힌 ‘의원’이라는 표현을 들며 ‘한 전 총리에게 건넨 돈 아니냐’고 거듭 물었지만 한 씨는 “‘한’은 내 성으로 내가 따로 쓴 돈이라는 표시이며 채권 회수 목록은 직원들의 추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씨는 ‘8개월이나 지나 왜 진술을 바꿨느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나의 허위진술로 존경의 대상이었던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했고 기소까지 당했다. 죄책감에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지만 이대로 죽으면 한 전 총리의 누명을 벗길 수 없다고 생각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울먹였다. 이어 “73차례 검찰에 소환당하면서 진술을 강요받은 적은 없었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며 “내게 잘해준 검사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어서 진술을 번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씨가 진술을 번복하자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측근 김 씨는 피고인석에서 실신해 구급차에 태워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공판이 끝난 뒤 검찰 측은 “회사 비밀장부와 계좌추적 결과, 제3자의 진술 등 객관적 증거들이 많기 때문에 한 씨의 법정 증언이 거짓말이라는 점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며 “유죄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3차 공판은 내년 1월 4일 오후 2시 열리며 한 씨가 다시 증인으로 출석한다. 박 전 부사장과 H교회 김 장로도 증인으로 채택돼 한 씨와 대질 신문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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