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연평도 도발 한달… 마르지 않는 전사자 가족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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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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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하사 母 김오복 씨 “오늘이 너 제대하는 날인데…”

21일 오후 3시경 광주 대성여고 진학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21)의 어머니로 이 학교 교사인 김오복 씨(50·사진)가 한 학부모와 진학상담을 마쳤다. 김 씨는 며칠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아들이 전사하지 않았다면 만기제대를 하는 날인 2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김 씨는 “정우가 제자들 진학상담을 접고 찾아오는 것을 싫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틀 전 잠깐 잠이 들었는데 정우가 ‘엄마, 걱정 마세요.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어요’라고 쓴 글이 꿈에 보였다”며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얼마 전 서 하사의 미니홈피에 누리꾼들이 남긴 글 3만6000개를 보고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아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가족 외에도 많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서 하사가 음악게시판에 마지막으로 올린 가수 지아의 노래 ‘웃음만’을 듣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저세상으로 가버린 아들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달 11일 대전현충원으로 가서 아들을 만났다. 아들 묘지에서 분향을 한 뒤 안장된 다른 전사자들의 묘비에 적힌 기록을 읽어 보면서 남북분단의 아픔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 문광욱 일병 父 문영조 씨 “현충원에 생일케이크 놓고…”

21일 전북 익산시의 한 건설현장. 연평도 포격도발로 전사한 문광욱 일병(19)의 아버지 문영조 씨(47·사진)는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아들이 전사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문 씨는 “가슴속에 묵직한 것이 들어 있다”며 “누군가 건들면 폭발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문 씨 부부는 이틀에 한 번꼴로 아들이 묻힌 현충원을 참배한다. 문 씨 부부는 19일 아들 친구 14명과 함께 케이크를 들고 현충원을 찾아갔다. 20일은 문 일병의 생일이었다. 문 씨는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이민을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서 하사와 문 일병 부모들은 요즘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악몽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다. 시간이 가도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남북 긴장관계가 높아지면서 다시 TV를 보게 됐다고 한다. 이들 부모는 “해병대원이 전사했다는 것을 일반인은 금방 잊을 수 있겠지만 부모 가슴에는 평생 응어리로 남는다”며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모두가 가슴 졸이는 것을 생각하면 통일이 빨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동영상=‘서해5도의 수호신’…연평 해병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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