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방식은 달라도 감동은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내년엔 ‘나눔 6중주’ 기대하세요

《 ‘2010 함께해요! 나눔예술-Happy Tomorrow’가 18일 오전 퓨전국악밴드 크레용의 서울 금천구 독산동 영남초등학교 공연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 한 해 나눔예술은 총 202회가 열려 16만5000여 명의 이웃에게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현대건설, 세종문화회관, 동아일보 등 3사가 손을 잡은 6월부터는 한인입양인, 건설재해유자녀,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과 함께 특별공연을 나눴다. 》
성황리에 막을 내린 나눔예술이 내년에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우리 이웃을 찾아간다. 주제는 크게 사랑, 희망, 꿈, 행복, 그린(자연), 객석 나눔 등 6가지. 이 가운데 소외계층 관객들을 직접 공연장으로 초대하는 ‘객석 나눔’이 내년에 처음 선보인다. 또한 올해와 마찬가지로 ‘사랑 나눔’은 장애인, 노인, 아동, 다문화가정 등 관람객의 연령과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병원, 재활원 등에서는 ‘희망 나눔’의 활기찬 공연으로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심신을 달래 줄 예정이다. 아울러 ‘꿈 나눔’을 통해 성장하는 초중고교생들의 정서 함양에 기여할 문화예술 체험기회를 확대한다. 특히 공연 설치·제작·리허설 단계 등을 접할 수 있게 해 공연체험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행복 나눔’은 지역 공연장 활성화에 기여하며 지역주민에게 공연예술 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 공원 등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을 통한 ‘그린(자연) 나눔’도 올해보다 더 알찬 모습으로 다가간다.

이런 틀 속에서 내년에는 장소, 국적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서울의 이태원 등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치고 이주민의료센터도 찾아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홀몸노인 거주지 등 소외지역을 찾아 공연과 무료급식·한방치료를 병행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 밖에 공연관람 신청을 하지 않은 자치구의 인근 공원이나 야외무대에서 깜짝 공연을 펼치는 ‘게릴라 나눔예술’도 만날 수 있다.

▼ 生을 정리하는 아흔살 엄마를 위해… 노인요양센터 국악공연 ▼
김문숙 씨가 애절한 사연을 담아 아흔 노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김문숙 씨가 애절한 사연을 담아 아흔 노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이달 3일 서울시국악청소년관현악단(단장 김성진)의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나눔무대. 아흔 노모에게 보내는 60대 딸 김문숙 씨(66)의 편지가 대금소리와 함께 애절하게 흘렀다.

“엄마가 보여주는 그 모든 모습이 언젠가 홀연히 사라지고, 텅 빈 상실감에 터지는 울음으로도 그 자리는 어찌 해볼 수 없다는 걸 난 아직 절감하지 못합니다.”

한때 여장부 소리까지 들었다는 병든 노모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졌고 휠체어에 의지한 어르신들도 눈물을 훔쳤다. 편지가 이어지고 센터직원, 간병인, 자원봉사자까지 객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딸아이가 예쁜 외손자의 커가는 모습을 수시로 전해줍니다. ‘엄마, 승민이가 뒤집었어요. 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승민이의 성장을 거꾸로 진행하며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십니다.”

배우 이영하 씨는 법정 스님의 글 ‘친구여, 나이 들면 이렇게 살게나’로 분위기를 추스른 뒤 도종환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낭송해 어르신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결 밝아진 무대는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이 가요 ‘애모’, ‘어머나’, ‘남행열차’ 등을 연주하면서 고조됐다. 경기민요 소리꾼 심현경 씨가 구성지게 담아낸 ‘청춘가’, ‘태평가’, ‘뱃노래’ 등은 “예쁘고 잘한다!”는 할아버지의 우렁찬 칭찬을 끌어내며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우리 가락과 어우러진 탭댄스는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말 고맙네. 내년에도 꼭 와 주시오.”

어르신들은 앞다퉈 감사의 말을 전했다.

▼ 生이 약동하는 낭랑18세를 위해… 서울 세현高 퓨전콘서트 ▼

예술단원이 생활용품을 개조한 악기로 학생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예술단원이 생활용품을 개조한 악기로 학생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둥둥 둥둥둥…. 대고(大鼓)와 모둠북 소리가 강당을 뒤흔들자 신기한 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하던 800여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8일 오전 10시 전통타악연구소(단장 방승환)가 펼친 201번째 서울 강서구 가양동 세현고등학교 나눔공연은 ‘신명’으로 시작을 알렸다. 퓨전콘서트 ‘공감21’의 막이 오른 것.

꽹과리를 선두로 풍물패의 사물놀이가 울려 퍼지자 5인조 페루음악그룹 ‘유야리’의 신나는 안데스 음악이 좌중을 사로잡았다. 이들과 어우러져 풍물패가 뿜어낸 두드림은 교사와 학생들을 삽시간에 하나로 묶었다.

여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들썩였고 남학생들도 장단을 흉내 내며 흥겨워했다. 신명을 즐기는 데 교사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박수, 다같이!” ‘유야리’ 리더 프레드 로페즈 씨의 요청에 맞춰 학생들은 쿠바민요 ‘관타나메라(Guantanamera)’를 주저 없이 따라 불렀다.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의 울림으로 시작된 영화 ‘석양의 무법자’ 주제곡 ‘우하(HU―JA)’는 우리 타악과 안데스 악기가 조화를 이룬 절정의 무대였다.

“기말고사 등으로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줬어요. 방학선물도 된 것 같아 기뻤어요.”(교사 김영희 씨)

방승환 단장은 “공연 전날 트럭 두 대 분량의 악기와 무대장비를 설치했다”며 “신나게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위안을, 다른 이에게는 기쁨을 주는 나눔예술, 그 무대는 바로 함께하는 ‘감동’이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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