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스스로를 보수 혹은 진보라고 칭하는가? 보수와 진보는 어떤 부분에 대한 의견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가?
이번 여론조사는 보수-진보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쟁과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념 논쟁에 관한 의문을 풀고자 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가 가진 몇 가지 오해가 드러났고, 이는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 조사의 의미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안보, 경제, 사회 등 분야별 특징에 정치권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한국 정당들은 당의 이념성을 드러내기 위해 대북정책이나 감세정책 등 안보나 경제정책에 공을 들여왔다. 상대적으로 낙태나 동성애와 같은 논란은 멀리해 왔다.
하지만 안보나 경제 분야보다 사회 분야에서 이념성이 가장 뚜렷이 나타났다. 북한 문제나 경제 문제에서 보수-진보 간 이견을 좁힐 여지가 높았던 반면 동성애 등 사회 문제에선 ‘넘기 힘든 벽’이 있었다.
따라서 정치권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회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피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국론 분열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젊은층일수록 안보 분야보다는 사회 분야에서 이념별 성향이 뚜렷이 나타났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20, 3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관심을 드러내는 이슈를 부각시켜 정치 참여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여론조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이 ‘밀워드 브라운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8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화조사가 아닌 개별 방문 면접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이다.
먼저 자신의 이념 성향에 대해 스스로에게 0(매우 보수적)부터 10(매우 진보적)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점수에 따라 보수(0∼4), 중도(5), 진보(6∼10)로 나눴다. 이후 안보, 경제, 사회 등 세 분야에 대해 이념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질문을 통해 분야별 이념 지수를 매겼다.
안보 분야에서는 △남북한 통일 방식 △북핵 문제 해결 방식 △미국 선호도 등을 물었고,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감세 및 증세 △성장과 복지 △노동조합의 필요성 등을 물었다. 사회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 및 동성 간 결혼 △낙태 허용 △공익을 위한 개인의 자유 제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 얼마나 진보적, 보수적인지 계량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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