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백신까지 갔다. 백신 접종을 하면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2000년 이후 백신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백신 접종은 소에게만 이뤄진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돼지에 비해 소가 더 쉽게 감염된다는 점, 그리고 소 사육농가가 대부분 영세해 방역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내 돼지 사육농가는 7000곳 정도인 반면 소 사육농가는 18만 곳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반경 10km 이내의 소에게만 백신 접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개 팀을 투입해 한 팀은 10km 지점부터 안쪽으로, 다른 팀은 3km 지점부터 안쪽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km, 3km 지점을 기점으로 원을 그려 안쪽으로 나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링(Ring) 백신’으로 불린다. 1개 팀은 방역 공무원과 수의사 등 4명으로 구성된다.
방역당국은 10만 마리를 1회 접종하는 데 백신 비용과 인건비를 포함해 5억∼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 달 뒤에는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현재 30만 마리 분량의 백신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에서 추가 수입을 통해 총 400만 마리 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백신 수입비용은 43억 원으로 추산된다. 2000년에는 약 80만 마리의 소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해 20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문제는 백신 접종의 성공 가능성이다. 대만의 경우 1997년 돼지 구제역이 발생하자 초기부터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나 오히려 구제역이 확산돼 총 1300만 마리 분량의 백신을 투입한 끝에 구제역을 종식시켰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대만은 초기에 바이러스 타입에 맞지 않는 백신을 쓴 문제점도 있었다”며 “지금은 백신 성능이 개선돼 접종 후 항체 생성률이 85%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일본과 영국은 뒤늦은 백신 접종으로 애를 먹은 사례다. 올해 4월 미야자키 현 일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일본은 6월부터 백신을 접종해 간신히 구제역을 막는 데 성공했다. 농식품부는 “발생 농가 반경 500m 이내의 모든 우제류를 도살처분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발생 농장만 도살 처분해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200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을 겪었던 영국은 초기에 도살처분 방식으로 대응하다 400만 마리 이상을 도살처분한 뒤에야 뒤늦게 백신을 투입했다. 그러나 수의사 등 관련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었고, 당시 영국의 구제역은 약 8개월 동안 지속됐다.
방역 당국은 백신을 쓰지 않을 경우 구제역이 3개월 넘게 지속될 것으로 보고 22일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려면 도살처분의 경우 3개월, 도살처분과 백신접종을 함께할 경우 6개월이 걸린다.
정부는 백신 접종 뒤 구제역 증상을 보이는 소는 도살처분하고 증상이 없는 소의 경우 쇠고기 이력관리시스템을 통해 도축 때까지 관리할 계획이다. 백신을 접종한 소는 철저한 관리 아래 사육, 도축돼 쇠고기로 판매된다. 유 장관은 “구제역은 인체와 아무 관련이 없고, 백신은 더더욱 관계가 없다”며 “백신이 투입된 소의 고기를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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