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에서 나노기술 연구가 치열한 상황에서 어정쩡한 연구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자세로 무장했지요.” 영남대 나노사업단 주상우 단장(51·기계공학부 교수)은 23일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 중간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A등급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2008년부터 5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WCU에 선정돼 연구를 진행하는 대구 경북지역 3개 대학에서 A등급을 받은 경우는 이 사업단이 유일하다. 경북대와 포스텍(포항공대)은 각각 6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A등급은 1개도 없다. 영남대는 2개 과제 중 1개가 A를 받았다. 전국 35개 대학에서 149개 과제를 수행하는 가운데 영남대가 그나마 체면을 세운 셈이다.
영남대 나노사업단에 참여하는 교수 5명은 WCU에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휴일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화제는 늘 연구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세계 수준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가 반찬처럼 식탁에 올랐다. 이 같은 열성 덕분에 사업단은 그동안 유명 국제학술지에 현재까지 2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나노기술 연구에 사업단이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과 함께 나노기술이 과학기술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노기술은 ‘극미세’ ‘초소형’으로 불리는 ‘나노’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조작해 태양전지나 반도체, 세탁기, 샴푸, 화장품, 의약품 등에 응용하는 첨단기술이다. 주 교수는 “앞으로 첨단기술 경쟁은 곧 나노기술 경쟁과 같은 말이 될 정도로 응용분야가 넓다”고 나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노사업단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맨파워’에서 나온다. 주 단장을 제외한 4명은 인도와 중국, 미국에서 온 나노 분야 권위자들이다. 특히 인도국립기술원(IIT) 석좌교수인 아수토시 샤르마 교수(49)는 마이크로 나노기술 분야에서 세계 5대 석학으로 꼽힌다. 그는 인도 IIT와 영남대의 교류협력을 지난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샤르마 교수는 “백혈구보다 작은 나노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병균과 싸우고 필요한 약물을 상처에 가져가 치료하는 것도 나노기술로 가능하다”며 “최종 평가에서도 주목받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7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과제를 수행하는 경북대와 포스텍은 전체 12개 과제 중 1개도 A등급을 받지 못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국책 연구과제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대학 전체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종 평가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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