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얼굴없는 산타’ 온정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불우이웃에 전달해달라” 경남지역 익명의 성금 답지

경남 합천청년회의소(회장 나상정,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최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20kg들이 쌀 30포대를 하창환 합천군수(가운데)에게 전달했다. 사진 제공 합천군
경남 합천청년회의소(회장 나상정,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최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20kg들이 쌀 30포대를 하창환 합천군수(가운데)에게 전달했다. 사진 제공 합천군
경남지역에서 ‘얼굴 없는 산타’들의 선행이 잇따랐다. 온정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21일 전달됐다. 산청군 한센노인생활시설인 성심원(원장 이건주 수사)에는 이날 이름을 밝히지 않은 80대 할머니가 보낸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익명 드림’이라고 적힌 이 봉투에는 편지와 1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이 할머니는 편지에서 ‘기쁜 성탄을 맞이하기 위해 수고하시는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수사, 수녀님과 형제자매님들 영육이 건강하시길…’이라고 썼다.

성심원 측은 “주소를 수소문해 이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으나 이름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며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40여 년 전 한센인들의 힘든 처지를 듣고 계속 후원을 하고 있다는 것. 이 원장은 “산타할머니가 ‘금액이 적어 미안하다’고 했다”며 “한센인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21일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 배달된 익명의 ‘기부천사’ 편지.
21일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 배달된 익명의 ‘기부천사’ 편지.
이날 낮 산청군 금서면사무소에는 ‘심부름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100만 원권 수표 2장을 맡기며 “기탁자 신분은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종덕 금서면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내 저소득층 20가구에 10만 원씩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당직실에는 20kg들이 쌀 110포대(400만 원 상당)가 배달됐다. 쌀은 택배회사를 통해 ‘저소득층과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는 메모와 함께 도착했다. 그러나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구청에서 알아본 결과 기탁자는 농협 오동동지점에서 쌀을 구입해 택배회사에 배달을 요청한 것이었다. 조광일 구청장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탁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쌀은 지역 내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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