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빈방 있으세요? 홈스테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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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 서울시, 340가구 인증

한국을 여행하며 서울 중구 충무로의 황은숙 씨(왼쪽에서 세 번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한국학교 학생들이 17일 저녁 황 씨가 준비한 다과를 함께 먹고 있다. 황 씨 딸 강영수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외손녀 이유연 양(왼쪽)이 아르헨티나에서 온 손님인 김정욱(왼쪽에서 두 번째) 이우성(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종찬 군(오른쪽)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을 여행하며 서울 중구 충무로의 황은숙 씨(왼쪽에서 세 번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한국학교 학생들이 17일 저녁 황 씨가 준비한 다과를 함께 먹고 있다. 황 씨 딸 강영수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외손녀 이유연 양(왼쪽)이 아르헨티나에서 온 손님인 김정욱(왼쪽에서 두 번째) 이우성(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종찬 군(오른쪽)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윷이야!”

이달 16일 늦은 저녁 서울 중구 충무로 진양아파트 강기창(67) 황은숙 씨(65) 부부 집에서 ‘국제적인’ 윷놀이 판이 벌어졌다. 강 씨 외손녀 이유연 양(14)이 아르헨티나에 살다 한국을 방문한 교포 이우성(11) 김정욱(12) 이종찬 군(13)에게 윷을 선물하고 함께 판을 벌였다. 아르헨티나 한국학교에 다니는 이 군 등은 학교 차원의 단체 여행을 왔다. 서울에서는 홈스테이를 하게 돼 15일부터 강 씨 부부 집에 묵고 있다.

“메밀차가 정말 고소해요 할머니. 우리는 마떼(‘제르바’라는 약초로 만드는 아르헨티나 전통차)를 많이 마셔요.”

인심 좋은 황 씨는 원래 아침식사만 제공하기로 했지만 한창 자랄 나이의 학생들을 위해 야식으로 메밀차와 김치전을 내놓았다. 인솔교사 지성인 씨(26)는 “아이들에게 전형적인 한국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는데 역시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양과 이 군 등은 금세 친구가 됐다.

○ “세계 곳곳에 친구 생겨”

강 씨 부부는 올 5월 인터넷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딸 영수 씨(39)의 일본인 지인들이 강 씨 집에 묵은 것을 계기로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장성한 자식들을 결혼시킨 뒤 비어 있던 방 2개를 도배하고 작은 가구를 들여놓는 등 새로 꾸몄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온 10여 개 팀의 외국인들이 강 씨 집에 머물며 추억을 만들고 귀국했다.

홈스테이는 운영하던 가게를 3년 전 정리하고 적적하게 지내던 강 씨 부부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주인과 투숙객 관계를 넘어 함께 한국 문화를 즐기는 친구가 된 것. 부부는 한국어를 공부하러 잠시 온 일본인 여성과 함께 청계천 등에서 열리는 축제나 남산에 함께 놀러갔고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줬다. 싱가포르 여행객과는 함께 김치를 담갔다. 손님들이 초콜릿이나 다이어리 등 작은 선물을 가져오면 강 씨 부부는 꼭 포장 김처럼 부담 없는 물건을 손에 들려 보냈다. 자국에 돌아가서 고맙다며 다시 연락을 해오는 사람도 많다.

황 씨는 “나도 외국어를 거의 못하지만 열린 마음만 있으면 서로 뜻이 통해 언어 장벽은 문제가 안 된다”라며 “부수입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세계 각국의 여행객을 손님으로 맞으며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열린 마음과 빈 방이면 충분”

강 씨 부부는 서울시 인증 홈스테이인 ‘서울글로벌패밀리(SGF)’ 회원이다.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양질의 중저가 숙박시설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홈스테이 가정을 인증하고 있다. 현재 SGF 회원은 340가구. 홈스테이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집에 빈 방이 있는 구성원 2인 이상의 기혼 가정이면 신청할 수 있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외국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 손님맞이 자세, 건물의 노후도 등을 심사해 인증한 뒤 서울에서 홈스테이를 하려는 외국인과 연결해 준다. 2∼16일에는 SGF 회원 가정을 대상으로 ‘홈스테이 아카데미’도 열어 글로벌 매너, 생활 외국어, 다문화 이해, 서울 관광자원 등을 교육했다. 내년에도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다. SGF 참여를 원하는 가정은 홈페이지(www.seoulhomestay.net)나 전화(02-3788-0859)로 신청할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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