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뱃길-한강섬-해외홍보 예산 3000억은 삭감
서울시 “시장 동의 없어 자치법 위반” 강력 반발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23일 관련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 항목을 신설하자 서울시가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재경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예산안에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공립초교)’ 항목을 새로 만들어 695억 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또 학습준비물 지원 사업비를 52억 원 늘리고 학교시설개선 지원비도 64억 원에서 341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모두 2500여억 원의 예산을 신설하거나 증액했다. 항목별로는 예방접종 예산(127억 원), 결식아동 급식지원비(5억3000만 원),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지원비(200억 원), 공공근로 5000명 증원(101억 원) 등이다.
그 대신 서해뱃길(752억 원)과 한강지천 뱃길 조성(50억 원), 한강예술섬 건립(406억 원)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케팅(31억 원)과 외국 TV광고(79억 원) 등 경비는 모두 깎았다. 삭감 예산은 3000여억 원에 이른다. 시의회는 수정된 예산안을 예산결산틀별위원회를 거쳐 29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우선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항목을 새로 만든 것이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는 예산 항목을 넣은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
시는 각종 투자사업 예산을 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이미 일부 예산을 투입한 미래 투자사업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도시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등 서해뱃길 사업 286억 원과 한강예술섬 534억 원 등 이미 투자한 금액이 매몰될 뿐 아니라 시민 불편과 투자 감소도 불러올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예산 삭감은 서울시가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세계 5위권 도시 도약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시의회는 남은 절차에서 핵심사업 예산을 반영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는 시의회가 2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곧바로 재의를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29일 끝나는 정례회에 이어 30일 임시회를 새로 소집했다. 오승록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담당국장이 상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아 동의를 구할 수 없었다”며 “시가 예산안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 수정안대로 재의결하기 위해 소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가 재의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지만 판결이 날 때까지는 의결된 예산안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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