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브랜드 출범 이후 국내 한우 브랜드의 대표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곳. 매년 실시되는 ‘한우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해 ‘명품인증서’까지 받은 곳. 사람보다 한우가 더 많은 곳.
국내 한우의 대명사인 ‘횡성한우’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구제역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23일 강원 횡성군 횡성읍 학곡리 한우농가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판명되자 해당 농가 반경 500m 안의 소와 돼지에 대한 도살처분을 시작했다. 이날 횡성 외에도 강원 춘천시 원주시의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판명됐다.
○ 충격에 휩싸인 횡성
그동안 강도 높은 방역작업을 벌였던 횡성군은 양성판정 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횡성에서만 추가로 2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되자 군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고석용 횡성군수는 “50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이 투입되다시피 해 방역을 했는데도 구제역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구제역이 확산돼 집단 도살처분이 이뤄질 경우 50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횡성 내 4만4035마리의 한우 및 육우 대부분이 대규모로 사육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한번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뜻이고 이 경우 10년 이상 쌓아온 명품 한우의 명성에 금이 가게 된다. 횡성축협 류병수 전무는 “횡성한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군과 함께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절박하기는 축산농가가 더하다. 축산농가가 있는 마을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주민들은 바깥출입도 자제하고 있다. 주민이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군내 곳곳에 설치된 차량 자율소독장과 무균소독실을 거쳐야만 귀가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 최경식 횡성한우협회장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구제역이 발생해 걱정스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횡성지역 상인회는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횡성읍 둔내면 안흥면의 5일장을 무기한 휴장하기로 했다.
○ 그때 그렇게 묻었는데 이번에도…
이미 올해 상반기에 구제역이 발생해 홍역을 앓았던 경기 포천시 연천군 김포시는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천군의 경우 방역당국은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판단해 백신접종 지역으로 결정했다.
1월 구제역이 발생했던 포천시는 축산농가들이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총력 방역에 나섰다. 포천시는 22일 일동면 사직리 신호농장(소 31마리)의 소가 확진판정을 받자 반경 500m 이내 농장의 소에 대한 도살처분 작업을 벌였다. 포천시는 시 공무원과 군인, 전의경 등으로 방역반을 편성해 시 전역에 16개 방역초소를 세워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고 축산농가에 대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포시도 구제역이 발생한 월곶면 갈산리 일대의 농가에 대한 도살처분을 시작했다.
4월 구제역이 발생했던 인천 강화군 역시 이날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군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당시 구제역 발생지였던 강화군 선원면의 축산농민 유종필 씨(45)는 “(신고가 접수된) 양도면은 지난번에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인데 다른 지역으로 구제역 불똥이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한동안 구제역이 소강상태를 보였던 경북에서도 8일 만에 다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방역당국은 경북 군위군 우보면의 젖소농가와 영천시 화남면의 대규모 돼지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군위군과 영천시는 지금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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