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장병들 ‘46용사 특별묘역’ 참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12시 38분


"먼저 간 전우들을 위해서라도 서해를 사수하겠습니다. 적이 다시 도발하면 반드시 백배, 천배의 고통을 되돌려 줄 것입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천안함 침몰 사고 희생장병들이 묻힌 국립대전현충원의 '46용사 특별묘역'을 찾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얼음처럼 차가운 고인들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산화한 전우들을 회상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함장인 최원일 중령을 포함해 현역장병 51명과 전역장병 4명 등 천안함 생존장병 55명은 이날 오전 46용사 특별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이들은 묘역 안으로 들어가 46용사의 묘비를 둘러봤다.

최 중령은 묘비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무릎을 꿇고 고인들의 희생을 애도했다.

그는 "지난 9개월간 먼저 간 전우들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며 "만약 적이 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히 응징해 백배, 천배의 고통을 되돌려 주겠다"고 말했다.

또 "먼저 간 전우들은 저의 영원한 부하다. 가슴에 깊이 안고 남은 장병들과 함께 조국의 바다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효형 하사는 고 이상민 하사의 묘비 앞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이 하사와 고 차균석 중사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는 김 하사는 사고 후 지상근무를 하다가 지난 11월16일부터 대조영함에 다시 승선했다.

김 하사는 "일년 반을 함께 지낸 전우들을 차가운 바다에 두고 와서 미안하다"며 "적이 또 도발하면 복수하고 싶어서 다시 배를 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잠든 전우들을 이제 다시 볼 수 없지만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너무 많다"며 "언제나 46명 모두를 생각하며 서해를 지키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은수 일병은 동기인 고 장철희 일병의 묘비 앞에 섰다.

이 일병은 "1월이면 상병을 다는데 동기는 아직도 일병이라는 게 안타깝다. 장 일병은 선미 쪽에 있었고 저는 선수에서 근무해 살아나올 수 있었다. 배에 탄 지 2주밖에 안돼 배 내부를 잘 몰라 교육을 받고 있을 때 사고가 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46용사 묘역 참배를 마친 생존장병들은 고 한주호 준위 묘역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숨진 해병대 장병들의 묘역을 잇달아 참배했다.

이들은 참배를 마친뒤 해군본부로 이동, 천안함 장병 건강관리를 위해 의무요원으로 결성된 '레인보우 서포터스팀'과 함께 사고 이후 느끼는 애로 및 건의사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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