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송 정부가 구제역 발생지역 가축에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 가운데 2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연구원 직원들이 경기 안양시 만안구 검역연구소에서 구제역 백신을 전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있다. 안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러다 소보다 사람이 먼저 쓰러지겠어요.”
24일 강원 횡성군 중앙고속도로 횡성 나들목 방역 통제초소에서 만난 횡성군보건소 오은민 씨(49·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횡성군은 각 과(課)나 사업소별로 분담해 상황실, 방역 통제초소에 투입되거나 읍면을 돌아다니며 방역 지도를 하는 업무에 교대로 투입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남녀 구분도 없다.
횡성에서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22일 오 씨는 야간에 방역 통제초소에 투입됐다. 밤새도록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고 소독 여부를 지켜보느라 녹초가 됐다. “하루 8시간씩 방역 통제초소에서 근무한 뒤 사무실로 복귀해 본래 업무를 하느라 며칠째 새벽에 귀가하고 있어요.”
그러나 더 고생하는 축산담당 동료들과 축산농가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힘든 내색도 할 수가 없다. 그는 “우리가 이 정도니 축산 관련 부서 직원들은 어떻겠느냐”며 “아무쪼록 더는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접어들면서 방역 일선에서 뛰고 있는 공무원들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초 발생지인 안동시에서는 방역 근무 중이던 시청 직원이 방역초소에서 밤샘 근무를 하다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현재 1300여 명인 안동시 공무원 대부분이 방역에 매달리고 있다. 김동수 식품산업담당(53·수의6급)은 시청방역대책본부가 집이다. 오전 2시쯤 집에 들어갔다가 눈을 잠시 붙인 뒤 오전 6시면 출근해 파악한 상황을 현장에 있는 직원과 농가에 전파한다.
안동지역 축산업 업무를 20년가량 맡아온 그는 “지금 철야 근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오직 구제역이 하루라도 빨리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또 “농가의 좌절과 도살처분되는 소와 돼지의 눈망울을 보면 눈물만 나온다”며 한숨지었다.
구제역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안동시 공무원들 사이에 ‘공무원 생활 패턴’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안동시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 사람은 결혼식장에도 오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축의금만 보내는가 하면 집에서 배달해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며 “처가에도 못 가고 집안 경조사도 챙기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방역의 최종 책임자인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공무원들의 방에는 간이침대가 필수품이 됐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들여 놓고 매일 상황을 챙긴다. 권영세 안동시장 역시 구제역 발생 이후 퇴근을 잊었다. 시장실에 간이침대를 놓은 뒤 새우잠을 자고 집무실은 현장 초소와 시청 방역상황실로 바뀌었다.
역학관계 조사와 방역대책 수립을 담당하는 농식품부와 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도 지쳐 가긴 마찬가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인력이 달리는데 백신 접종까지 결정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며 “정말 가용 인력을 총동원한 상황”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