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대선 - 무학 꼴불견 ‘소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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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대선이 무학을 겨냥해 지역 일간지에 잇따라 낸 티저광고.
대선이 무학을 겨냥해 지역 일간지에 잇따라 낸 티저광고.
부산, 경남 대표 소주 업체인 대선주조㈜(대표 주양일)와 ㈜무학(대표 최재호)이 벌이는 마케팅전이 가관이다. 대선이 먼저 무학을 곤란하게 하는 광고로 선제공격을 폈다. 무학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경찰 고발로 맞서며 “상(商)도의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 발암 물질 소주 논란


‘물? 발암물질이 없는 깨끗한 물로 소주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원소주를 만든 물은 안전합니다.’ 대선이 최근 3차례 지역 일간지에 낸 이 광고가 싸움을 불렀다. 사실상 무학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

지난달 11일 환경부가 발표한 ‘먹는 샘물 브롬산염(BrO3) 국제기준 초과 검출 업체 명단’에 ‘무학산청샘물 화이트’가 포함됐다. 무학의 주력 소주인 ‘좋은데이’와 ‘화이트’는 이 생수로 만든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브롬산염은 자연 상태 물에는 거의 없다. 다만 먹는 샘물 제조과정에서 미생물 살균처리를 위해 오존처리를 하면 원수 속 브롬이온과 반응해 생성된다. 무학은 환경부 발표 뒤 오존처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 브롬산염이 포함된 물로 소주를 생산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무학 관계자는 “무학소주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근거자료는 아무것도 없다”며 “좋은데이 부산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이 50%로 올라서자 무학을 겨냥해 허위, 비방, 흑색광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측은 “발암물질 생수 때문에 불안해하는 소비자를 위해 ‘시원소주’는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광고”라며 “제품을 홍보한 것뿐인데 무학이 발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 공정위와 경찰 고발 vs 실명 광고


무학이 대선에 대응해 ‘초심 마케팅’과 함께 지역 일간지에 낸 이미지 광고.
무학이 대선에 대응해 ‘초심 마케팅’과 함께 지역 일간지에 낸 이미지 광고.
무학은 이 광고에 대해 ‘부당한 표시 광고 행위 위반’으로 20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에 신고했다. 무학은 경찰에도 대선주조 직원 2명을 고발했다. 수사는 부산동래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 맡았다. 무학은 “대선 직원들이 블로그에 ‘좋은데이에 발암물질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내용을 올리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선 광고가 무학소주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면 대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대선 측은 “블로그에는 동일한 글이 많은데도 다른 누리꾼은 문제 삼지 않고 우리 직원만 고발했다”며 “직원 신분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신고에 대해서도 “환경부가 발표한 7개 생수업체 가운데 무학만 발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선은 무학 측 반발에 맞서 27일 아예 회사명과 제품명을 표기한 광고를 내기로 결정해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벌이는 ‘소주 전쟁’에 대해 소비자 반응은 냉랭하다. 회사원 김모 씨(37·경남 김해시)는 “건강식품도 아닌 소주를 경쟁적으로 팔기 위해 희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모 씨(34·부산 동래구)도 “소주병에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킨다’는 경고 문구가 있는데도 두 업체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은 꼴불견”이라고 말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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