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사진, 100m 떨어진 경쟁업체 주인이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라이벌 빵집의 자작극?

파리바게뜨 밤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은 길 건너 경쟁업체 매장 주인이었고 빵을 사 간 어린이도 이 주인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인터넷에 ‘쥐식빵’ 게시물을 올린 김모 씨(35)가 25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아들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밤식빵을 사 온 것은 맞지만 실제로 빵 안에 쥐가 들어 있었다”며 자신이 사건을 꾸몄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문제의 쥐식빵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보내 정밀 감식을 요청했다.

○ “자작극 아니다”

김 씨는 경기 평택시 지산동의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길 건너에서 경쟁사인 T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아들이 ‘우리 집에는 먹을 만한 빵이 없다’고 투덜거려 1만 원을 주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으라 했더니 건너편 경쟁매장에서 밤식빵을 구입해 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씨는 쥐를 발견한 뒤 파리바게뜨 본사나 관계기관 등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나 타인 명의로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린 점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김 씨는 23일 새벽 집 근처 PC방에서 40대 남성의 명의로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쥐식빵과 파리바게뜨 영수증 사진을 올렸다. 김 씨는 “놀란 아들을 진정시키느라 경황이 없었고 상대가 대기업이라 바로 신고하지 못했다”며 “PC방에서 아직 로그아웃되지 않은 컴퓨터를 이용해 해당 글을 올렸을 뿐 고의적인 명의 도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명의를 도용당한 40대 남성이 “그 시간에 PC방이나 빵집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한 데다 김 씨가 5년 동안 컴퓨터기사로 일한 적이 있어 도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제빵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진술이 상당 부분 앞뒤가 안 맞아 자작극을 벌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6일 본보 기자가 찾은 경기 평택시 지산동 김 씨 집은 오후 내내 비어 있었다.

경찰은 김 씨가 가져온 쥐식빵과 더불어 해당 파리바게뜨와 경쟁사 매장으로부터 받은 밤식빵과 빵틀, 통조림 밤, 밀가루 반죽 등을 26일 저녁 국과수로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마다 밀가루 배합이나 밤 크기, 굽는 레시피 등이 다르기 때문에 쥐식빵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SPC 관계자는 “25일 직원이 경찰에 출석해 빵의 레시피 등을 설명했다”며 “우리가 쓰는 밤은 고동색이고 경쟁사의 밤은 노란 편인데 쥐식빵의 밤은 노란색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 신고자는 인근 경쟁업체 사장

26일 찾은 평택시 지산동 일대에는 200m 반경 이내에 2개의 파리바게뜨 매장과 T사 매장이 있었다. 쥐식빵 파동에도 세 개 매장 모두 손님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1주일 전인 이달 17일 기존 T사 매장을 인수해 부인 명의로 가맹 계약을 체결했다. 인근 가게 직원은 “파리바게뜨 사장은 계속 이 동네에서 제과점을 해오다 파리바게뜨 1호점을 낸 뒤 장사가 더 잘돼 3년 전 2호점까지 냈다”고 말했다. 다른 이웃 주민은 “먼저 있던 T사 가 파리바게뜨가 들어선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그 와중에 김 씨가 가게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SPC 측은 “쥐식빵 사건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T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외식전문업체 측은 “김 씨는 회사 직원도 아니고 가맹점주도 아니다”라며 “만일 수사 결과 자작극으로 드러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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