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속 오지 야음동 신화마을… 예술향 불어넣자 마을이 살아났다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벽화 꾸미고 조형물 설치… ‘노천 미술관’으로 인기

울산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 174. 도심 속 오지로 방치됐던 이곳이 예술마을로 거듭났다. 마을 골목길 담벽에는 각종 벽화가, 지붕 위에는 익살스러운 조형물로 가득하다.

○ “작가들에게도 인기”

울산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 골목길 담장에 그려진 벽화. 고래 등 다양한 동물을 주제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울산판 통영 동피랑마을’로 불리고 있다. 사진 제공 울산남구청
울산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 골목길 담장에 그려진 벽화. 고래 등 다양한 동물을 주제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울산판 통영 동피랑마을’로 불리고 있다. 사진 제공 울산남구청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신화마을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성인 두세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좁을 정도인 골목길이 최근 ‘노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휴일인 26일 찾아간 신화마을에는 카메라를 든 작가와 학생 20여 명이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을주민들도 이들 외지인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것은 마을 입구 주택 지붕 위의 귀신고래. ‘한국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와 인접한 데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상업포경 금지(1986년) 직전까지 포경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귀신고래 모형이 설치돼 있다. 귀신고래와 함께 토끼 등 다양한 형태의 동물 조형물이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담장에는 다양한 테마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동화의 골목, 동심의 골목, 시(詩)의 골목, 음악의 골목, 민화의 골목, ‘창밖 너머로 굽어보는 개’ ‘집에서 슬그머니 도망쳐 나오려는 고양이’ 등 옛날 시골마을을 연상하는 익살스러운 작품 30여 점이 그려져 있다. 골목길을 300여 m 가면 나타나는 마을 정상에는 2010년 울산전국환경미술제에 출품된 최평곤 작가의 대나무 조형물 ‘신화마을 지킴이’가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주민 이모 씨(65)는 “골목길에 산뜻한 벽화가 그려진 뒤 우중충하던 마을이 한층 밝아졌고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에 젊은이가 많이 찾아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술마을 프로젝트로 추진

신화마을은 1960년대 울산공업단지 조성으로 공단 용지로 편입된 매암동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생긴 마을이다. 186가구 380여 명의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인 데다 건물이 낡아 울산에서 대표적인 슬럼가로 불리던 곳이다. 이 신화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울산 남구청이 공동으로 시행한 ‘2010 미술마을 프로젝트’에 힘입어 11월 미술마을로 재탄생했다.

울산공공미술연구소 소속 지역화가 10여 명이 벽화를 그렸다. 벽화의 주된 주제는 올해 울산 남구청이 주관한 고래 관련 창작동화공모전에서 입상한 에세이울산동인회 이서원 회장의 ‘고래를 품은 바위’. 울산공공미술연구소는 10일부터 26일까지 ‘지붕 없는 미술관-야음동 신화마을 174번지’ 전시회를 열고 신화마을을 홍보했다. 신화마을의 장점은 전국 유일의 고래관광특구로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등 고래 관련 시설이 밀집한 장생포와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어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점.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미술마을로 재단장된 신화마을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역 예술인과 함께 예술촌 조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