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사진)이 27일 내년부터 두발·복장 자율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내부에서도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아 “곽 교육감이 체벌금지처럼 대책 없이 발표해 학교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곽 교육감이 두발·복장 자율화를 시사한 것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였다. 지난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장이기도 했던 그였기에 내년 추진할 서울의 학생인권조례에 두발·복장 자율화가 담길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지만, 강압적 두발·복장 지도는 그 전에라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학생인권조례 개정 이전에 체벌금지처럼 학칙 개정을 통해 두발·복장 자율화를 먼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의 두발·복장 자율화 시사에 대한 영향력은 거셌다. 모 인터넷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곽노현 두발자유’가 1위로 올랐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시교육청은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 이날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곽 교육감이 (두발·복장 자율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게 없다”며 “체벌금지 후폭풍도 아직 안 지나갔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교육청은 뒤늦게 설명자료를 통해 “두발·복장 자율화는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위학교별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권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선 학교들의 반발은 거세다. A중 교장은 “체벌금지 학칙 개정도 했는데, 이젠 또 두발 자유에 대한 학칙 개정이냐”면서 “학칙에 대한 학교 자율권이 대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학교 현장의 수용 여부를 따지지 않고 대안도 없이 체벌을 전면 금지해 교권 추락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여론 수렴 없이 두발·복장 자유를 강요하면 학교는 더 혼란스러워진다”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