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성폭력범에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법률안인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27일 법무부 장관에게 해당 법률안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 법률은 법률 공포와 예산준비 절차를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권위는 이 법률안이 약물치료 대상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강제적인 약물 치료는 치료 대상자의 신체 기능 일부를 일시적으로 불능화하고 약물 투여로 인한 부작용까지 예상되는 조치”라며 “법률안은 본인 동의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아 재범 방지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치료 대상자가 화학적 거세 효과를 상쇄하는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도 없어 법률안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씨 측이 낸 진정 사건을 각하하기로 의결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참석 위원 8명 가운데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 2명은 직권조사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는 데 찬성했지만 김영혜 상임위원과 김태훈 비상임위원 등 5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현 위원장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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