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후원금 ‘쌈짓돈’ 쓰듯… 3년간 26억 사용처 ‘깜깜’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2008년부터 기업 등서 현금 14억-상품권 12억 받아
경찰 “법적 공개의무 없어”… 제도 개선 시급 지적

경찰이 2008년부터 올 10월 말까지 3년 동안 기업, 경제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현금 13억9130만 원과 상품권 12억2067만 원어치를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기부금품 접수 및 사용 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있어 막대한 액수의 기부금품이 ‘쌈짓돈’처럼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동아일보 취재팀이 경찰청 및 각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의 기부금품 접수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찰에 대한 기업체 등의 기부금품은 이른바 ‘힘센’ 기관에 집중됐다. 즉 △경찰청(본청)이 3년 동안 현금 3억9500만 원, 상품권 1억300만 원 △서울지방경찰청이 현금 2억1000만 원과 상품권 3억5800만 원 △경기지방경찰청이 현금 5억3430만 원과 상품권 3억1570만 원을 각각 기부받았다. 경찰이 기부받은 전체 현금의 79.7%와 상품권의 63.6%가 이들 3개 기관에 집중됐다.

현금·상품권을 기부한 주체는 △SK그룹 한화건설 등 대기업 △대한주택건설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공기업 등 다양하다. 특히 계룡건설(충남지방경찰청), 성전건설(전북지방경찰청), 광주은행(광주지방경찰청) 등 지방의 건설업체나 은행 등이 관할 지방경찰청에 기부한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경찰이 현금과 상품권을 기부받는 근거는 군인, 전·의경에게 식품, 운동화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2006년 개정된 ‘기부금품 모금 및 사용에 관한 법’이다.

현재 기부금품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심사는 주로 경찰 간부로 이뤄진 ‘기부심사위원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법상 기부금품의 사용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거액의 현금·상품권 사용 내용이 베일에 가려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과 동아일보 취재팀은 10월 중순부터 기부금품의 집행 내용을 공개해줄 것을 경찰청에 10여 차례 요구했으나, 경찰청은 이를 거부하다 지난주에야 ‘경찰청 2010년 현금 3억6508만 원 접수, 경찰청 근무 전·의경 격려금 30만 원 사용’과 같은 내용의 간략한 회신만을 보내왔다.

한 특별수사통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 등으로부터 사용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는 것은 일종의 ‘합법적 상납금’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그간의 사용 내용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이뤄져야 하며,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를 받도록 법 및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경찰, 사흘에 한 번 인권위 권고 받아
▲2010년 6월3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