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끝에 남편을 살해한 할머니에 대해 검찰이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데 이어 법원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남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던 유모(76) 할머니에 대해 최근 열린 첫 공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의 주심 정현설 판사는 "평생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고, 고령인데다 가족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유 할머니는 지난 10월 16일 자신의 집에서 남편(83)의 머리와 가슴 등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그러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로부터 평생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우발적 살인인 만큼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수용, 지난 달 5일 유 할머니에 대한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은 이번 선고 결과를 수용,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무살에 결혼한 유 할머니의 비극은 7명의 딸을 줄줄이 낳는 동안 이어졌고 45살에 막내아들을 낳았지만, 부부간의 불화는 끊이지 않았다.
자녀들이 출가한 후 단둘이 사는 동안에도 다툼은 끊이지 않았으며, 남편은 난치성 질환인 버거씨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지난 10월에는 발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진단까지 받았다.
유 할머니는 의사의 만류에도 억지로 퇴원, 집에서 지내는 남편에게 "왜 고집을 피우느냐"고 따졌다가 말다툼이 벌어졌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남편을 각목으로 내리쳐 숨지게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