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가까운 폭설이 내린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 1단지에는 눈이 그친 지 4시간이 지나도록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발이 눈에 푹푹 파묻혔다. 바로 옆 이면도로에 쌓인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아스팔트가 드러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쌓인 눈을 치운 사람은 대부분 60대인 경비원 10여 명. 전동 휠체어를 타고 눈밭을 지나가던 이해만 씨(87)는 “몇 안 되는 경비원들만 눈을 치우니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며 “아파트 주민들이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운다는 생각으로 눈 치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많은 눈이 내리자 서울시는 공무원 5000여 명과 차량 900여 대 등을 동원해 제설작업에 나서 주요 도로에 제설제 3800여 t을 뿌렸다. 이 때문에 차도와 넓은 인도는 대체로 통행에 큰 불편이 없었다. 다만 골목길 등에는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미끄러운 길을 조마조마하게 걷는 시민이 많았다.
서울시가 집 앞에 쌓인 눈을 주인이 직접 치우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6년 제정한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가 시행 4년이 지나도록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9단지도 밤새 쌓였던 눈이 그대로 다져져 얼어붙어 있었다. 삽으로 얼어붙은 눈을 긁어내던 이 아파트 경비원 이석효 씨(58)는 “매번 눈이 오면 경비원들만 눈을 치우러 나선다”며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는 아파트에서는 소용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가구별로 눈 치우는 담당 구역이 나눠져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자발적으로 나서려 하겠느냐”며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를 다가구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독주택이나 가게가 밀집한 골목에서는 주민들과 상인들이 각각 집 앞이나 가게 앞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나래 씨(27)는 “눈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가게에 나왔는데, 옆 가게 주인이 우리 가게 앞 눈까지 치워줬다”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양천구 오목로 골목에서는 주택이나 가게 앞에서 밀어낸 눈이 곳곳에 산처럼 쌓여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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