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삼숭동에 사는 신순철 씨(45·여)의 직업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인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다. 신 씨가 동료 3명과 함께 만든 앱은 내년 1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용 앱스토어인 ‘T스토어’에 선보일 예정이다. 앱 이름은 ‘푸드 디데이(Food D-Day)’. 냉장고에 보관 중인 음식물의 구입시기와 유통기한을 관리하고 이용자에게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주부들이 식자재와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은 뒤 ‘방치’하다가 결국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 앱 개발자로 변신한 아줌마들
까다로운 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쳐 앱 개발에 성공한 신 씨의 본래 직업은 ‘전업주부’다. 정보기술(IT) 분야에는 문외한인 결혼 15년차의 평범한 주부였다. 신 씨는 올 6월 중학생 아들의 컴퓨터 공부를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의 ‘여성 모바일 앱 개발자 양성과정’ 공고를 보게 됐다. 결혼이나 실직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5개월짜리 프로그램이다. 신 씨는 “한 달만 다녀보자”는 생각에 원서를 접수시켰다. 그렇게 모인 신청자가 무려 370명. 대부분이 30, 40대 ‘아줌마’들이었다.
1단계 교육은 온라인 수업을 통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Java)교육. 내용이 어려운 데다 시험까지 까다로워 한 달이 지난 뒤 1단계를 통과한 사람은 87명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앱을 개발하는 3단계 과정에서는 다시 42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앱 개발에 성공해 수료증을 받은 사람은 단 24명. 신 씨 등이 만든 ‘푸드 디데이’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밖에 고객관리, 도서관리, 사진관리, 야구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앱 7개가 개발됐다.
이 가운데 ‘푸드 디데이’와 고객관리용 앱 ‘미니 CRM(고객관리시스템)’은 현재 T스토어 등록을 준비 중이며 다음 달에 출시될 예정이다. 나머지 앱도 내년 상반기 등록을 목표로 수정 및 보완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교육과정 지도를 담당한 천일용 강사는 “관련 경력이 없는 주부들이 복잡한 프로그래밍부터 앱 설계까지 훌륭히 해냈다”며 “지금 바로 모바일 앱 개발자로 진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주부 맞춤형 앱 개발
최우수상을 받은 신 씨는 “냉장고 음식물 관리는 모든 주부의 고민거리”라며 “평상시에 생각하던 문제를 아이디어로 내 앱을 만든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푸드 디데이’는 일반 가정뿐 아니라 어린이집 등 소규모 급식을 하는 시설에서도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앱은 대부분 가정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많다. 또 아기 주치의 프로그램, 교육용 야구게임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다. 모두 주부 눈높이에 맞춘 것들이다.
1980년대 유행했던 숫자 맞추기 야구게임을 앱으로 개발한 주부 전혜정 씨(40·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3동)는 “앱 개발과정에 남편과 아이들이 참여해 조언을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결혼 12년차인 전 씨는 5년간 IT 관련 기업에서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결혼 뒤 그만뒀다. 그는 “경력을 살려 일을 하고 싶은데 집안일에 쫓기다 보니 쉽게 나서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주부가 이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은 “이번 과정을 통해 결혼 등으로 경력이 끊긴 여성들이 모바일 산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지게 됐다”며 “내년에는 더욱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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