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코스 등 기능시험을 없애는 방향으로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운전면허시험 전문학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목인 대학 겨울방학을 맞았지만 수강 문의 전화가 뚝 끊어졌고, 이미 등록한 수강생들로부터 환불 신청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 지역의 한 운전면허 전문학원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정책이 발표된 29일 환불 문의만 30여 건을 받았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녹천 자동차운전학원 전용몽 대표(47)는 “전국 자동차학원 종사자와 그 가족이 약 10만 명”이라며 “20여 년 동안 운전교육 관련 일을 해왔는데 이젠 차라리 사업을 접고 한국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상봉동의 중랑 자동차운전학원 김수현 원장(53)도 “학원비는 강사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기름값, 학원 용지 임차료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며 “정부 대책대로라면 학원들은 적자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는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되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돼 교통사고 증가가 예상되고 학원들은 경영 악화로 강사해고, 폐업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운전면허시험 업무를 맡게 되는 도로교통공단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간소화 방안대로라면 현재 운전면허시험 업무의 40% 정도가 사라지게 돼 한 해 120억∼130억 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가 ‘부실 면허’를 양산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학원 강사는 “1종 보통의 경우 기능교육 시간이 35시간에서 25시간으로 단축된 게 불과 10개월 전”이라며 “이젠 다 합쳐서 8시간만 교육받으면 된다는데 그렇게 교육받고 합격할 확률은 20%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면허학원 강사도 “교통사고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왜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은 미국의 방식을 따르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부실면허, 살인면허를 발급하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안주석 운전면허정책연구소장은 “2003년부터 베트남, 중국, 이라크, 러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우리의 장내 기능교육 시스템을 왜 없애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 사이에선 찬반이 엇갈렸다. 노원 운전면허학원에서 만난 이모 씨(20)는 “운전 실력은 교육 시간과 상관없는 것 같다”고 환영했다. 반면 이소영 씨(39)는 “지금도 도로주행 연습 시간이 짧다고 느끼는데 교육 시간을 더 줄이면 제대로 된 교육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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