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자작극’ 빵집 주인 사전영장 “1억 빚 때문에 뭔가에 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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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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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식빵’ 자작극을 벌인 김모 씨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수
서경찰서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쥐식빵’ 자작극을 벌인 김모 씨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수 서경찰서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수서경찰서는 ‘쥐식빵’ 사건을 스스로 꾸몄다고 자백한 빵집 주인 김모(35) 씨에 대해 지난해 12월 31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 평택시 지산동에서 빵집 체인인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김 씨는 죽은 쥐를 넣어 직접 구운 식빵 사진을 23일 오전 ‘파리바게뜨 밤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글과 함께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길에서 우연히 죽은 쥐를 발견하고 주워온 뒤 이를 넣어 빵을 만들었다”는 김 씨의 진술과 달리 김 씨가 직접 덫으로 쥐를 잡아 자작극을 벌이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 가게 주변에서 발견된 끈끈이 쥐덫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결과 빵 속에서 발견된 쥐 앞다리에서 검출된 접착제 성분과 유사하다”며 “김 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쥐를 잡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31일 김 씨를 다시 불러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돌려 보냈다. 김 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1억 원의 빚 때문에 고민하던 중 앞집 경쟁 가게가 없으면 장사가 더 잘될 것 같아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김 씨는 조사를 받고 돌아가다 몰려든 취재진과 엉켜 있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22일 저녁 자신의 가게에서 죽은 쥐를 반죽에 넣고 ‘쥐식빵’을 구웠다. 이후 이를 파리바게뜨 제품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열 살짜리 아들에게 길 건너편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밤식빵을 사오라고 했다. 아들이 가져온 파리바게뜨 비닐봉투와 영수증을 쥐식빵과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김 씨는 이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로그인해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올렸다. 김 씨는 “우연히 PC방 옆자리에서 서너 개의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종이를 발견해 그중 한 개를 사용했을 뿐”이라며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31일 새벽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쥐를 반죽에 넣을 때 전혀 긴장되지 않았던 걸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에 미쳐 홀려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연탄을 피워 놓고 자살도 시도했지만 30일 낮 걸려온 아들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며 “내 아들인 게 소문이 나 아이가 해코지를 당하거나 ‘쥐식빵 아들’이라고 놀림을 당할까봐 걱정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시간을 되돌리면 좋겠지? ㅋㅋ’라고 한 인터넷 댓글이 가장 와닿는다”며 “죗값을 치르고 떳떳하게 아빠 노릇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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