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상일여고 2학년 박제니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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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산은 공들여 오르는 자에게만··· ’ 엄홍길 아저씨의 한마디, 가슴에 와 꽂혔어요

《서울 상일여고 2학년 박제니 양(18)은 중1, 2 때만 해도 성적이 상위 30% 안에 들었다. 하지만 중3 후반에는 60%대로 곤두박질했다. 학교 끝나기 무섭게 친구들과 놀이터에 모여 수다 떨기가 두세 시간이었으니…. 성적 고민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도 충분하니까. 그러나 습관의 힘은 무서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그는 학교만 끝나면 친구들과 노래방, PC방을 찾았다. 귀가해도 밤늦도록 친구와 인터넷 메신저로 대화하다 다음 날 오전 2∼3시에 잠이 들었다. 당연히 이튿날 학교 수업시간엔 꾸벅꾸벅 졸 수밖에. 1학년 1학기 성적은 평균 41점.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 평균 7등급이라는 재앙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박 양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1학년 성적? 별로 안 중요해. 2학년이 있잖아!’》
서울 상일여고 2학년 박제니 양은 고1 1학기 평균 7등급이던 성적을 1년 반 만에 평균 3.3등급으로 끌어올렸다. 박 양은 “공부를 하기 싫을 때마다 수첩에 적힌 명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서울 상일여고 2학년 박제니 양은 고1 1학기 평균 7등급이던 성적을 1년 반 만에 평균 3.3등급으로 끌어올렸다. 박 양은 “공부를 하기 싫을 때마다 수첩에 적힌 명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자’를 신조로 삼은 듯하던 박 양의 불쌍한 청춘. 그러나 1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며칠 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쇼킹한 사건과 그는 마주하게 된다.

“2학년 때 배울 제2외국어를 선택하는 날이었어요. 전체 15개 반 중 중국어를 가르치는 반은 단 하나였고 나머지는 일본어 반이었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배워온 중국어를 신청했어요.”

박 양은 결국 일본어 반에 들어갔다. 정원이 40명인 중국어 반에는 지원자가 몰려 성적이 낮은 박 양은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 반면 반에서 5등 안팎이었던 그의 ‘절친’(매우 친한 친구)은 중국어 반 ‘입성’에 성공했다. ‘공부를 못하니 친한 친구와도 헤어져야 하는구나’라는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그의 머릿속에는 난생 처음으로 ‘공부해야 대접 받는다’란 모토가 자리 잡았다.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기어이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한 그. ‘잘나가던’ 중1, 2 때를 추억하며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지만, 2년에 가까운 공부 공백은 컸다. 도무지 내용이 이해가 가질 않으니…. 결국 1학년 2학기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 성적은 1학기보다 평균 0.5등급 더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된 박 양은 수소문 끝에 자신의 학습상태를 점검해보는 사설 테스트를 받아보았다. 결과는? ‘고1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박 양의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던 옆집 언니는 고맙게도 ‘수능 역전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도서를 선물해주었다. 책을 읽던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산악인 엄홍길 씨의 말을 인용한 내용. 바로 ‘산은 공들여 올라가는 자에게만 자리를 내준다’는 글귀였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뭔가를 향해 공들여 올라간 기억이 있던가.’ 박 양은 이 문구를 종이에 적어 화장실, 수첩, 거울 등 잘 보이는 곳에다 붙였다. 그리곤 다가오는 1학년 겨울방학을 ‘공들여 올라가는’ 터닝 포인트로 삼기로 다짐했다.

겨울방학이 되었다. 국어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찾아 하루 한 편씩 읽었다. 영어 단어는 하루 30개씩 외웠다. 총 14단원으로 구성된 영어독해 문제집을 구입해 하루 한 단원씩 끝냈다. 보름 만에 문제집 한 권을 푼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방학이 끝날 때까지 처음 산 문제집보다 두세 단계 수준이 높은 문제집도 끝낼 수 있었다. 수학은 하루 한 단원씩 개념을 이해하고 기본문제를 풀었다.

2학년이 된 박 양. 급기야 그가 지니고 다니는 다이어리 속 공부계획표 끄트머리에는 이런 문구가 적히게 되었다. ‘자만하지 마. 넌 아직 피어오르는 새싹일 뿐이니깐’ ‘나는 나태해지지 않겠어….’ 그는 계획을 따라잡지 못하거나 자포자기하고 싶어질 때면 이 문구를 거듭 보면서 마음을 독하게 다잡았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2학년 1학기 평균 79점을 기록했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은 기존 7등급에서 3.5등급으로 뛰어올랐다.

“성적 많이 올랐다는 소문이 다른 반에까지 퍼졌어요. 기분은 좋았지만 ‘내 진짜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이런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선 ‘진짜 실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지요.”

2학기가 되자 박 양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인 ‘자기주도학습반’에 들어갔다. 첫 시간에 선생님은 노란색 공책을 나눠주셨다. 공책 이름은 ‘징검다리’. 공책의 특징은 한 교시가 끝날 때마다 그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일일이 적어 넣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문학수업이 끝나면 ‘등장인물의 성격’, ‘글의 특징’, ‘주제’를 정리했고 수학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이 강조한 공식과 더불어 자주 틀리는 문제들을 적었다.

“‘성적을 올리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공부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습관적으로 공부하자’는 태도를 가지게 되자 ‘이젠 진짜 내 실력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박 양)

아니나 다를까. 2학기 기말고사에서 박 양은 날아올랐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 평균 81점, 평균 3.3등급. 특히 수학은 100점을 받았다. 6등급이던 수학 성적을 불과 1년 반 만에 1등급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어느덧 박 양의 친구들은 그를 ‘공부벌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계획한 공부를 끝내지 않으면 아무리 목청껏 불러도 여간해선 집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상위권 친구가 “필기한 공책 좀 빌려 달라” “이번 시험에 나올 문제를 찍어 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박 양은 자신의 도전을 아직 ‘현재 진행형’일 뿐이라고 했다. 이번 겨울방학을 맞아 새로운 학습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고1 때 명문대에 합격한 선배를 학교가 초청해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어요. 후배들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저도 내년 이맘때쯤 모교에 찾아와 후배들에게 저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특히 성적이 낮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박 양)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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