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평가때 학업성취도 향상실적 제외… 방과후학교 참여 강요 금지…
대부분 전교조 ‘단체교섭 과제’ 내용… 교과부와 대립각
市교육청 발표전에 전교조 투쟁속보에 먼저 공개되기도
지난달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교장 학교경영능력평가에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방과후 학교 참여율을 빼기로 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정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합의 끝에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전교조 서울지부가 지난해 11월 29일 조합원에게 보낸 ‘12월 일제고사 안 본다’는 제목의 투쟁 속보지를 통해 드러났다. 서울지부는 “그동안 시도 단위 일제고사에 대한 명확한 공식 방침을 유보해오던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서울지부와의 정책협의를 거쳐 마침내 폐지를 확정했다”며 “교육청은 문제지를 12월 21일(시험일) 이후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활용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12월 1일 시교육청은 “연합평가를 치르지 않고 시험일 이후 문제지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속보지에서 서울지부는 2011년부터 바뀌는 시교육청의 ‘교장 학교경영능력평가’ 주요 개선안도 전달했다. 서울지부는 “시교육청의 ‘학교장 평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팀 및 자문위’에 들어가 기존 학교장평가 제도의 전면 개선을 요청해 개선안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을 옥죄어온 주요 평가 지표(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 방과후 학교 참여율, 수준별 수업) 폐기 △교직원과 학부모 의견 반영 △인센티브 관련 포상금제 폐지 △평가단에 현직교사도 참여 등의 개선안을 소개하면서 “학교장 평가는 그동안 학교 교사를 옥죄어온 핵심 기제 중 하나다. 이제 교장들이 교사들을 좀 덜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은 12월 22일 동일한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부에서는 “곽 교육감이 전교조 서울지부와 정책적 논의를 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실질적 합의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가 추천한 인사가 TF에 포함됐던 것은 맞지만 정책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투쟁 속보지는 서울지부가 11월 19일 곽 교육감과 예비교섭을 타결한 이후 나왔다. 서울지부는 본교섭을 앞두고 시교육청에 ‘2010 단체교섭 10대 과제(안)’를 전달했다. 투쟁 속보지의 내용 역시 10대 과제(안)에 포함됐다.
곽 교육감이 지난달 “2009 개정 교육과정상 3년간 221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중학교 국영수 수업시수를 102시간 범위 내에서만 증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강제적인 방과후 학교 및 자율학습을 금지하고 어길 시 특별장학지도 및 종합감사를 하고 예산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내놓은 정책도 10대 과제(안)에 들어가 있다.
교육계에서는 “곽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근 정책들이 결국 전교조 요구사항과 일치하는 것이었다”면서 “본교섭을 시작하면 교과부와의 대립각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전교조는 11월부터 사교육, 교사 대량징계,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이주호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도 진행 중이다. 전교조 홈페이지에서 하는 온라인 서명에는 5일 현재 912명이 참여했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추진위나 학생복지, 교원평가 TF에 전교조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며 “곽 교육감의 친전교조 정책이 교과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니 일선 학교들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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