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6시경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도심 거리는 산천어축제를 위해 설치한 산천어등(燈)으로 화려했다. 그러나 도로변 주차 차량들만 보일 뿐 인적은 뜸했다. 거리 안쪽의 화천시장과 음식점 골목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군 장병의 외출, 외박이 금지되면서 화천 지역 경기는 한순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지난해 말 화천을 비롯해 전국에 구제역이 확산됨에 따라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줄어들면서 기대했던 연말 대목마저 날렸다. 화천읍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46)는 “1개월 넘게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경기에 다소 숨통을 터 줄 것으로 기대했던 산천어축제 역시 일정이 1주일 축소된 데다 취소 가능성마저 있어 상인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산천어축제를 주관하는 나라축제조직위원회는 6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8∼30일 열기로 했던 산천어축제를 15∼30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다만 지역 내에서 구제역이 추가 발생하는 등 돌발상황이 있으면 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그럴 경우 예약 취소 사태는 물론 화천군이 공들인 수고는 허사가 된다. 화천군이 현재까지 축제 준비에 투입한 돈은 산천어 비용을 포함해 37억 원이다. 박남철 음식업중앙회 화천군지부장은 “장병들의 외출, 외박 금지로 모든 상인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산천어축제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2군단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부대별로 제한적 외출, 외박을 허용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현 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원도내 접경지인 철원, 양구, 인제, 고성군도 같은 사정이다. 이들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접경지의 음식점과 숙박업소, PC방들은 장병과 면회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외출, 외박 금지 조치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정균 인제군번영회장은 “지역 상권이 다 죽었다”며 “남북 관계 긴장 국면 때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장병들의 획일적인 통제보다는 부대나 지역별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성군 상권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자포자기 상태나 다름없다. 고성군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150여 개의 음식점이 휴·폐업했다. 관련 업소 종사자 580여 명도 직장을 잃었다. 또 월평균 29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지역 경기를 지탱해 주던 장병 외출, 외박이 통제되는 데다 인접 지역까지 구제역이 번져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문명호 고성군의회 의장은 “현재 고성의 상황은 막다른 골목으로 표현해야 할 정도로 최악”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타개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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