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으로 대학 간다? 환상적으로 들리는 말이지만, 취미활동만 즐겁게 하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장밋빛 얘기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결코 취미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뽑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성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을 본다는 사실이다. 취미활동을 하더라도 거기서 얻은 전문성을 대학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이 관건인 셈이다. 자, 어떻게 하면 취미활동을 진정한 ‘스펙’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생생한 조언과 합격생들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 포인트 1 ■ 취미의 확장…교내외 활동에 적극 활용하라!
대전 지족고 3학년 이진주 양(19·대전 유성구). 그는 고1 때 ‘시조창’(시조에 음률을 붙여 노래로 부르는 것)을 접한 뒤로 취미삼아 부르기 시작했다. 특별활동과 방과후학교 시간에 시조창을 연습해 전국시조경창대회와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당초 시조창을 전공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아픈 할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어릴 적부터 키워온 간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로 진학할 계획이었다.
간호사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 이 양은 고2 때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이 양의 취미활동이 빛을 발했다. 복지시설에 있던 북과 장구를 직접 치면서 멋들어진 시조창을 장애인들에게 들려주고 가르쳐 준 것이다.
이 양은 “시조창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실생활에서 쓸 만한 곳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열심히 따라 부르는 장애인분들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면서 “시조창 덕분에 나 스스로 봉사활동에 큰 재미를 느끼면서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총 123시간에 달하는 봉사활동은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1학년도 경희대 수시모집 네오르네상스전형으로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이 양의 사례처럼 취미를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같은 교내외 활동과 연결시켜 활용해보자. 그저 사적(私的)인 수준에 그치는 취미활동은 자신의 특기나 관심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생산해 내는지를 입증하지 못해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대 차정민 입학사정관은 “취미활동을 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기 어렵다면 다른 활동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학생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켜기가 취미였던 의대 지원자의 경우,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봉사활동이 진정성 있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평가받았다는 것.
건국대 경영학부에 KU자기추천전형으로 합격한 충남 북일여고 김다솜 양(19)도 취미를 토대로 다양한 외부활동을 펼쳐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다. 김 양은 개인적으로 펀드투자에 도전해 평균 3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이 경험을 계기로 경제 관련 포럼 및 학회에 틈날 때마다 참여했다. 펀드투자를 하며 얻은 생생한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말했더니 자연스럽게 해당 모임에 참석한 대기업 임원들과도 소통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건국대 송연화 입학사정관은 “취미활동이 관심 수준에 그치지 않고 경제계 인사와의 교류 같은 적극적인 활동으로까지 이어진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 포인트 2 ■ 취미의 발전…‘관심’이 아니라 ‘특기’로 만들어라!
임진택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대학은 취미활동 자체만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으로 인한 성취와 성과에 주목한다”고 조언했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특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예컨대 애완동물 키우기가 취미인 학생이라면 관찰일지를 쓴다거나 외국 전문사이트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정리해 볼 수 있다. 취미 분야에서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방법.
경희대 호스피탈리티경영학부에 합격한 경남 세종고 김성림 군(19)은 취미로 요리를 하다 한식, 양식 조리기능사 시험에 도전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운영의 꿈을 밝힌 그는 사정관들에게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합격했다.
건국대 기계공학부에 합격한 서울 로봇고 이준영 군(19)도 마찬가지. 로봇 그리기가 취미였던 이 군은 기계 그림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자이면서 화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상시키며, 탁월한 로봇디자인 능력이 기계도면 설계 시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이 군은 “로봇 그림을 혼자 그리다 보니 상상 속의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수준 높은 로봇디자인을 하기 위해 1학년 때 입시미술학원을 찾아가 3개월간 수업을 들은 것이 입학사정관 전형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많은 학생이 ‘신문 스크랩이 취미’라며 아무런 맥락도 없이 신문 스크랩 자료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등 활동 자체만을 어필하려 한다”면서 “그보다는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또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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