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공부 올인… 수능대박… 작심삼일은 없다!”

  • 동아닷컴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경기의 한 고등학교 예비 고3인 서모 양(18)은 소위 ‘잘나가는’ 학생이었다. 고1 때 열린 학교축제에선 아이돌 그룹 카라의 히트곡 ‘미스터’ 댄스를 선보인 뒤 남학생들로부터 ‘여신’이란 칭호를 받았다. 서 양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고데기’로 머리를 세팅하고 로션과 비비크림을 바르는데 30∼40분을 썼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새해가 되자 서 양은 확 바뀌었다. 오전 8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간단히 로션만 바른다. 머리는 한 갈래로 묶고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챙겨 입는다. 기상부터 집 앞 독서실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5분. 본격적인 수험생활에 돌입하면서 공부에만 다걸기(올인)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이달 초 독서실 엘리베이터에서 낯익은 남학생을 만났어요. 축제 때 제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며 저에게 장미 100송이를 보낸 친구였죠. 그 친구는 저를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반응도 없이 그냥 내리더라고요. 굴욕적이었지만 독서실 책상에 붙여놓은 지난해 정시모집 배치표를 보면서 ‘1년 뒤 수능이 끝나면 여신으로 누렸던 영광을 꼭 되찾겠노라’고 다짐 또 다짐해요.”(서 양)

연초만 되면 ‘수능 대박’을 외치며 ‘공부 모드’로 들어가는 예비 고3들의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엔 더 독하고 더 창의적으로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 뜻) 의지를 불태우는 고교생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작심삼일에 그칠 계획보다는 수능 전까지 꾸준히 끌고 갈 수 있는 특별한 학습계획과 자기암시법을 구사한다.

충남 부여고 예비 고3 한국인 군(18). 그는 고3 선배들이 버리고 간 문제집을 모으고 모은 뒤 문제집 귀퉁이에 쓰인 필기내용을 모두 간추려 새로운 문제집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고3 선배들이 기숙사에서 나가는 시기에 맞춰 독서실을 찾았다. 선배들이 버리고 간 문제집이 독서실 한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발견한 그는 먹이를 발견한 야수처럼 수많은 문제집을 뒤지고 또 뒤졌다.

정선(精選)해 챙겨온 문제집만 20여 권. 문제집에 적힌 필기내용을 모두 자신의 문제집에 옮겨 적었다. 완성된 문제집을 본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필기 종결자(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만큼 월등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란 호칭을 부여했다. 한 군은 “문제집을 볼 때마다 선배님들이 곁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에 꼭 보답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며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이번엔 서울 C여고 2학년 박모 양(18). 박 양은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를 들으면서 쉼 없이 중얼댄다. 올해부터 인강 내용을 ‘송두리째’ 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인강 다이어리’도 만들었다. 계획은 이러하다. 한 강의는 반드시 3회 이상 반복해 듣는다. 그러면서 강의내용을 통째로 외운다. 이런 반복을 통해 강사가 다음 문장으로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예측되는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그때는 인강 다이어리를 펼쳐 해당 강의의 이름에 빨간 줄을 긋는다. ‘완전히 외웠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빨간 줄이 그어진 강의는 8개. 2월 말까지 사회탐구영역 30개 강의에 모두 빨간 줄을 그어버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는 인강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빨간 줄이 가득해지는 날이 바로 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날이다!’

자신만의 신념을 담은 상징물을 만들어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충남 천안여고 2학년 윤서영 양(18)이 그런 경우. 올해 초부터 윤 양은 자신의 방에 ‘책 탑’을 쌓기 시작했다. 현재 책 탑의 높이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3분의 1 지점. 고1, 2 때 풀었던 문제집을 버리지 않고 모두 한 줄로 쌓으면서 탑을 쌓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푼 문제집이 모두 모여 천장에 닿으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다는 속설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100권 정도만 더 쌓으면 천장에 닿을 수 있어요. 계산해보니 최소 사흘에 한 권씩은 문제집을 풀어야 해요. 기대하세요. 이 책 탑, 반드시 완성시킬 거예요.”(윤 양)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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