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뱀 사랑··· 붓글씨··· 웹툰··· 특기로 잘키우면 입학사정관 통과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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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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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大入 경쟁력이 되다


최근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이색 취미 활동을 자신만의 스펙으로 승화시켜 대입에 성공한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취미를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적성과 진로를 찾거나 특기 수준까지 발전한 취미활동 내용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대학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했다. (왼쪽부터) 이순호 군  김희중 군  장대진 군
최근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이색 취미 활동을 자신만의 스펙으로 승화시켜 대입에 성공한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취미를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적성과 진로를 찾거나 특기 수준까지 발전한 취미활동 내용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대학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했다. (왼쪽부터) 이순호 군 김희중 군 장대진 군
《취미. 중고생에겐 ‘사치’다. 더군다나 희한한 애완동물 키우기나 만화 그리기처럼 공부와 동떨어진 취미를 고집하다간 “너 대학 포기했니?”라는 부모님의 꾸지람만 들을 뿐이다. 하지만 아는가. 바야흐로 남다른 취미로 대학 가는 시대가 되었단 사실을. 최근 대입에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공부 1등’이 아니라 색다른 관심 분야에서 깊이 있는 활동을 지속해온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기냐고? 아니다. 여기 이색 취미활동을 통해 적성과 진로를 찾아 2011학년도 주요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당당히 합격한 인물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취미를 특기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애완뱀 키우다 생명과학계열학부에 합격하다!

서울 광남고 3학년 김희중 군(19·서울 광진구)은 파충류와 양서류, 거미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남다른 취미를 가졌다. 보아뱀, 리본스네이크, 콘스네이크 등 지금껏 기른 애완뱀만 10여 종. 그는 취미생활을 경쟁력으로 키워 2011학년도 수시1차 과학영재전형으로 고려대 생명과학계열학부에 합격했다.

김 군은 유치원 때부터 다양한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붉은귀 거북, 타란튤라(거미류), 두꺼비 등을 집에서 키우며 관찰했다. 뱀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중3 때. 공룡과 비슷한 모습에 매력을 느껴 파충류 전문점에서 물뱀의 일종인 리본스네이크를 입양했다.

그저 뱀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먹이를 준 시기, 채집통 청소 시기 등을 꼼꼼히 기록한 양육일지를 썼다. 이런 관찰기록을 토대로 김 군은 각종 파충류를 주제로 한 교내외 과학탐구 및 토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상했다.

고2 때는 ‘파충류에 서식하는 세균의 배양 및 종류 탐구’를 주제로 제24회 서울학생탐구발표대회에 학교대표로 출전해 동상을 수상했다. 그는 “과학실험을 좋아하던 터라 내가 기르는 파충류에 대한 실험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면서 “틈나는 대로 교내외 탐구대회에 나가다보니 자연히 상장과 보고서가 쌓였다”고 말했다.

이런 취미활동은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효과적인 ‘스펙’이 되었다. 그는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경험한 사실과 느낀 점을 자기소개서에 적었다. 그간의 양육일지와 실험보고서, 상장을 제시된 분량에 맞게 간추려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다. 포트폴리오 시각자료는 희귀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카페에 지난 3년간 자신이 업로드했던 사진들을 활용했다. 카페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그때그때 찍어 올린 뱀 사진들이 대입을 준비하면서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취미가 대학 합격의 열쇠가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꾸준히 생물을 기른 취미활동을 발전시켜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점이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김 군)


서예하다 철학과에 합격하다!

2011학년도 중앙대 수시1차 다빈치형인재전형을 통해 철학과에 합격한 경기 동원고 이순호 군(19·경기 수원시)은 7세 때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외할아버지가 보여주신 족보에 깨알같이 적힌 한자들에 호기심이 생겨 서예학원에 등록했다”면서 “이 취미활동이 진로를 정하고 대학까지 들어가는 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이 군은 중학교 때까지 매일 서예학원에 나갔다. 매일 1∼3시간 붓글씨를 썼다. 침착해지고 평온해지는 느낌이 그저 좋았다. 고등학교 땐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주말 서예반에 다녔다. ‘사자소학’ 같은 고전이나 중국 당나라 때의 달필가 안진경의 글씨를 따라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한문도 배울 수 있었다. 취미활동은 교내외 서예대회 및 한자경시대회 수상과 각종 한문자격증 취득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서예를 계기로 이 군은 자신의 진로도 찾았다.

“고2 때 도서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장자’ ‘도덕경’ ‘논어’ 같은 중국고전을 찾아 읽어봤어요. 서예를 하다 보니 한문을 좋아하게 돼 고전을 직접 해석해 보고 싶었거든요. 이 과정에서 비움과 여유를 강조하는 동양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이 군)

이 군은 전공 선택의 이유와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이 같은 내용으로 답했다. 상장과 한문자격증은 포트폴리오로 적극 어필했다. 그는 “사정관으로 참여한 한 교수님이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학생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서예라는 취미활동을 바탕으로 쌓은 경험이 동양철학에 대한 열정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만화 그리다 광고 홍보학부에 합격하다!

장대진 군(19·전북 전주고 3학년)은 자신이 그린 만화를 블로그에 올리는 취미활동을 하다가 한양대(에리카캠퍼스) 광고·홍보학부에 합격했다. 온라인에서 ‘장오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는 총 방문자 수가 150만 명에 달하는 파워 블로그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잠이 안 올 때마다 캐릭터를 그리곤 했던 그는 중2 때부터 블로그를 열고 그림일기를 그려 업데이트했다.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턴 남자고등학교의 좌충우돌 일상을 재치 있게 그려낸 ‘웹툰’(인터넷 연재만화)으로 이를 발전시켰다. 웹툰이 인기를 얻자 하루 방문자 수가 많을 땐 1만∼2만 명으로 늘어났다.

웹툰? 광고와는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웹툰 그리기를 장 군은 어떻게 경쟁력 있는 스펙으로 만들었을까?

“웹툰과 광고는 큰 공통점이 있어요.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이죠. 예를 들면 광고제작자들은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장면 속에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찾아낸다고 해요. 저도 웹툰의 소재를 찾으려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유심히 관찰해야 했어요. 이런 내용을 전형에서 어필했죠.”

장 군이 창조한 캐릭터는 광고 관련 공모전에서도 유용했다. 공모전에 낼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들 때 이 캐릭터를 활용한 것. 웹툰 제작방식과 유사한 TV광고 ‘스토리보드’(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표현함으로써 완성될 영상의 흐름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 제작도 무리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장 군은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주최 전국 고교 광고 경진대회 TV광고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입학사정관전형에 낸 포트폴리오도 캐릭터가 저의 그간 활동을 하나씩 설명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구성해 만들었어요. 이런 점이 사정관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웹툰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듯 사람들이 공감하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장 군)

▶취미활동을 나만의 ‘스펙’으로 발전시켜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노하우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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