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내정설… 교원단체간 신경전… 정치판 같은 ‘교장 공모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 평교사도 지원가능한 학교 2곳 들여다보니…

서울시교육청이 10일까지 받은 교장공모제 지원 신청 과정에서 특정인 내정설이 나오고 교원단체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등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평교사도 교장공모에 지원할 수 있는 서울 노원구 상원초교에서는 지원자 5명 가운데 한 명이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 학교에 근무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출신 교사가 이미 교육청 윗선에서 교장으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돌아 지원자 수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이 전체 교장공모제 학교 중 유독 이 학교에만 ‘현재 재직 중인 교사도 지원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달아 ‘내정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내정설이 나도는 교사는 전교조 합법화 2기 지도부의 최고 요직인 정책실장 출신이다. 당시 또 하나의 요직인 사무처장은 장석웅 현 전교조 위원장이 맡고 있었다. 두 사람은 2003년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연가·불법집회 혐의로 함께 직위 해제됐다 복직했다.

상원초교는 전교조 교사가 12명으로 많은 편이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소속 교사도 18명으로 적지 않다. 그러나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 교사가 비전교조 교사들이나 학부모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평교사가 교장공모에 지원이 가능한 또 다른 학교인 서울 구로구 영림중의 교장공모에서는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교조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10일까지 지원자가 9명이고 우편으로 서류를 보냈다는 지원자도 있어 총 지원자 수는 10명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자 중 1명은 한국교총 회원이며 6명은 전교조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교조 소속 지원자 간 단일화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영림중에 전교조 조합원의 지원이 몰린 것은 전교조 교사가 많은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관할지역(영등포, 구로, 금천구)에서도 특히 전교조 교사가 많은 곳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한국교총 소속 교사는 9명인 반면에 전교조 소속 교사는 21명으로 전체 평교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본보 4일자 A17면 평교사도 교장 되는 2개校, 전교조 비율 높아 논란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영림중에서 전교조 소속 교장 후보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소속 지원 교사는 “어느 단체 소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를 지녔는지가 관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장공모제 학교는 재직 교사와 학부모, 외부인사 등이 참여한 교장공모심사위원회에서 공모에 지원한 교원 중 3명을 교육청에 교장 후보로 올리면 교육감이 이 중 한 명을 교장으로 임명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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