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에게서 경찰관 인사 청탁과 함께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최석문 영장전담판사는 13일 오후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에 대해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런 상태에서 강 전 청장을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 판사는 또
“이미 확보된 증거 자료와 유 씨가 구속돼 있는 점에 비춰보면 강 전 청장이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강 전 청장의 혐의사실 자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지금까지 유 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단서가 포착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전현직 경찰간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강 전 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현재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조직에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지난해 8월경 유 씨에게 준 4000만
원은 증거인멸을 위한 도피자금이 아니라 내가 이전에 받았던 돈을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유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을 추가로 출국금지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대기발령 조치된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 등도 조만간 소환해 유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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