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고려대 앞의 마지막 소형 서점이 사라졌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다양한 전공서적과 교양서적을 샀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이제 학교 주변에는 영어책과 고시서적이 가득한 학교 내 프랜차이즈 서점만 남게 됐다.
인터넷에서 책을 사는 학생도 많고 학교 내 도서관 시설이 좋아져 작은 서점을 이용하는 학생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경영학을 전공한 나 역시 다른 사람에 비해 교양서적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가방 안에는 책 한 권을 항상 넣고 다닌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읽을 수 있어서다. 5년간 대학생활을 떠올려보면 내가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곳은 지하철 안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지하철로만 약 40분이 걸리는 통학길에 항상 틈틈이 책을 읽었다.
요즘 지하철을 타보면 다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뿐 책 읽는 사람 찾기가 너무 어렵다. 무거운 책을 가방 속에 넣어 들고 다니는 데 비하면 스마트폰은 휴대가 훨씬 편하고 가격도 책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뭔가 따뜻함이 결여되어 있고 작은 글씨 때문에 읽기도 불편하다. 책과 사람이 점점 멀어지는 세상이다.
누구나 한번쯤 책 첫 장에 감사의 말이나 축하의 편지가 담긴 책을 선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갈피가 없어서 읽었던 곳을 표시하기 위해 책 한 귀퉁이를 조그맣게 접어봤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던 책의 아래쪽 귀퉁이는 손자국 때문에 약간 누릿하게 색깔이 변하기도 하고, 종종 밑줄을 긋고 내 생각을 적어가면서 읽기도 했다.
이런 책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꺼내봤을 때, 옛 추억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터치스크린의 세련된 감각보다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감촉을 기억했으면, 대학가에도 아지트 삼을 만할 좋은 서점이 다시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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