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수학동아와 함께하는 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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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우리 선조들은 왜 다리를 반원모양으로 쌓았을까?

전남 순천 선암사 승선교의 둥근 곡선이 자연과 잘 어울린다.
전남 순천 선암사 승선교의 둥근 곡선이 자연과 잘 어울린다.
다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더 길고 안전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마다 수학은 최선을 다해 다리 건설을 도왔다.

○ 옛 다리에 깃든 조상의 지혜

선조들은 개울에 징검다리를 놓고 계곡에는 통나무를 걸쳐놓거나 칡넝쿨을 얽어맸다. 나무로 만든 다리는 길고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명이 길지 못하다. 무거운 짐을 자주 옮기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자주 수리를 해야 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나무다리도 기둥은 돌로 된 것이 많다. 그래서 중요한 길목에는 꼭 돌다리를 놓았다. 세계적인 다리 유적은 대부분 돌다리다.

돌은 튼튼한 만큼 무게가 많이 나간다. 좁은 개울에는 넓고 긴 돌 판 하나면 되지만 조금만 멀어져도 중간에 기둥이 필요하다. 기둥 역시 돌로 만들기 때문에 기둥을 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둥을 적게 쓰면서도 돌 판의 무게를 버티는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돌다리는 기둥의 높이와 기둥 사이의 거리가 1대3∼1대13의 비를 나타낸다. 1대13이라면 기둥의 높이가 1m일 때 기둥 사이의 거리가 13m라는 뜻이다. 이런 다리를 직접 보면 기둥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느낌보다 기둥의 높이가 낮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돌 판을 얹어 만든 다리는 대부분 얕은 물가에 짓기 때문이다.

물과 맞닿는 기둥 아래의 받침돌은 물이 흐르는 방향에 맞춰 놓는다. 물의 압력을 덜 받게 하려고 받침돌을 마름모 모양으로 돌려 세우거나 받침돌 앞에 삼각형이나 반원 모양으로 다듬은 ‘물 가름 돌’을 놓기도 했다. 선조의 지혜가 엿보인다.

○ 무지개다리야, 길어져라

기둥 위에 돌 판을 얹은 다리는 물이 깊거나 넓은 계곡에는 짓기 어렵다. 기둥을 높게 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는 돌을 곡선 형태로 차곡차곡 쌓은 무지개다리(아치교)를 만든다.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 승선교’가 대표적이다. 계곡 양쪽에서부터 가운데로 총 147개의 돌을 쌓아 만든 아치교다. 아치가 시작하는 양 끝의 거리는 9.1m, 아치의 높이는 4.7m로 원을 절반으로 잘라 놓은 듯하다.

옛날에 지은 아치교의 아치는 반원 모양이 많다. 다리 아래의 폭과 다리 높이의 비율이 2.0에 가깝다는 뜻이다. 승선교의 비율도 1.94(=9.1m÷4.7m)다. 이러한 아치교는 안정적일 뿐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답다. 하지만 다리의 폭을 넓히려면 높이도 함께 높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아치를 쌓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높이는 그대로 두고 폭을 넓힌 아치교가 나타났다. 605년에 지어진 중국의 자오저우교는 아래 폭 37.37m에 높이 7.3m로 만들어 비율이 5.1이다. 20세기 이전까지 아치의 폭과 높이의 비율이 가장 큰 아치교는 1345년 이탈리아에서 지은 베키오 다리로 비율이 6.2나 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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