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경남 김해의 한 교회 수련회에서는 캠프파이어 행사가 한창이었다. 붉게 타오르는 장작더미를 가운데 두고 학생들이 둥글게 모였다. 당시 중2였던 경남 진영중 3학년 이현경 군도 함께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나의 꿈’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교사, 벤처사업가, 축구선수…. 모두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냈다. 하지만 이 군은 초조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차라리 도망가고 싶었다. 자신의 순서가 되자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는…없어요”라고. “다들 꿈은 물론 목표 대학과 학과 같은 구체적 계획까지 정해놨더라고요. 저는 그때까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어요. 부끄러웠죠.”》 이 군은 중2 여름방학 전까지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와 TV 앞에서 보냈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멍하니 앉아있거나 잠을 자기 일쑤였다. 공부는 시험 기간 ‘벼락치기’가 전부였다. 반 등수는 20등 안팎. 수학, 과학 성적은 2학년 1학기까지 평균 30∼50점으로 성취도 ‘가’를 받았다. 영어는 ‘양’.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었어요. 특별한 목표도 없었으니까요. 공부를 해도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었죠.”
하지만 이 군은 ‘그날 밤’ 이후 딴사람이 됐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는 다른 학생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기 때문.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 군은 책 속에서 길을 찾았다. 답을 찾기 위해 ‘시크릿’, ‘핑’, ‘꿈꾸는 다락방’,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 같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인상적인 책은 2, 3회 반복해 봤다. 특히 핑이란 책 속 ‘미래를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은 현재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문구가 가슴 한복판에 와 꽂혔다. ‘나도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샘솟았다.
어머니가 보내주시는 문자메시지도 마음을 흔들었다. 매일 아침 ‘오늘도 수업 꼭꼭 씹어 잘 먹고 오렴∼. 파이팅!’ 같은 응원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어머니는 언제나 저를 믿고 격려해 주셨어요. 효도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겠다고 다짐했죠.”
○ 성적을 바꾼 ‘5분’
이 군의 도전이 시작됐다. 목표는 ‘평균 90점’과 ‘반 3등’. 수업태도부터 바꿨다. 늘 뒷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그는 2학년 2학기 개학과 동시에 맨 앞줄에 앉기 시작했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는데 뒷자리가 나온 적도 있어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제일 앞자리로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학교 수업시간을 전후한 5분을 적극 활용했다. 수업시작 5분 전에는 항상 자리에 앉아 그날 배울 내용을 훑어봤다. 중요해 보이는 부분에 표시를 해두고, 수업 때 더 집중해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도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교무실로 가는 선생님을 붙잡고서라도 해결하고 넘어갔다.
공부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웠다. 서점에서 ‘스터디플래너’를 사서 주, 일 단위로 공부 계획을 마련했다. 먼저 ‘영어단어 500개’, ‘수학 100문제’처럼 일주일 계획을 짰다. 그 다음 그 주 일정에 맞춰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나눴다.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이유를 분석해 플래너에 일기를 쓰며 계획을 더 치밀하게 보완했다. 남은 공부는 주말에 마무리해 목표량을 반드시 달성했다.
기초가 부족한 수학, 영어를 위한 공부 전략도 세웠다. 영어는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2, 3회씩 노트에 옮겨 적었다. 교과서에 나온 단어는 별도의 단어장을 만들어 외웠다. 수학은 중1 교과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비결은 ‘개념노트’. 교과서에 나온 수학 개념을 노트에 옮겨 적고 바로 밑에 예시문제를 풀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내용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보충했다.
이 군의 또 다른 학습 전략은 ‘아침형 인간’ 되기. 매일 오후 11시가 되면 무조건 잠자리에 들었다. 대신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을 공부하고 학교에 갔다.
○ ‘거북이철학’으로 목표달성
변화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3학년 1학기까지도 수학, 영어 점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수학은 67.7점, 영어는 85.1점이었다.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하지만 책에서 본 ‘고난 없는 영광은 없다’라는 글귀가 떠올랐어요.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고 하루 4시간 이상 공부에 매달렸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 점수를 88점으로 끌어올렸다. 영어는 100점이었다. 기말고사에서 성적은 한 번 더 날아올랐다. 평균 92점으로 반에서 3등을 차지했다. 1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이 군은 짜릿한 성취감을 맛봤다.
이 군은 더는 움츠러들지 않는다. 꿈이 있는 까닭이다. 당당히 꿈 이야기를 펼쳐놓는 그의 눈은 세계를 향해있다.
“전문경영인이 되고 싶어요.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어요. 내 손으로 세계적 기업의 경영전략을 세우는 꿈을 언젠가는 꼭 이루고 말 거예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