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공부가 훨씬 쉽네요”··· 방학 아르바이트 고교생들 땀 뻘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충남의 한 고교 2학년 강모 군(18). 그는 지난해 말부터 주말을 활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배수관을 옮기거나 농장에서 말의 배설물을 치웠다. 몸은 고달프지만 하루 고생하면 5만∼10만 원의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어요. 감나무 1000여 그루가 있는 과수원에서 감을 따는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하지만 나무에 계속 오르다 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현기증이 나서 떨어질 뻔도 했죠. 손바닥이랑 무릎에는 나뭇가지에 베인 상처도 많이 생겼어요. 배설물을 치우는 농장 아르바이트를 한 뒤에는 속옷까지 고약한 냄새가 뱄어요. 돈 버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강 군)

참 고생이 많다. 방학을 맞아 열혈 아르바이트에 돌입한 고교생들. 어린 나이에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달려든 학생들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이 힘들다. 속상하고 답답한 일도 다반사다.

고2 김모 양(18·경기 시흥시)은 호텔 조리사가 꿈. 방학을 맞아 발 벗고 나서서 호텔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리다고 무시당할까 봐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한 김 양. 그러나 너무 ‘프로’처럼 보인 게 문제였나 보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손님이 다그치는 거예요. 제가 굉장히 오랫동안 일한 직원인 줄 알았나 봐요. ‘전에도 왔는데 음식 맛이 별로다’ ‘서빙이 처음부터 엉망이었다’는 불만이 쏟아졌죠.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크게 당황했어요. 손님 앞에서는 눈물을 꾹 참았지만 집에 돌아가서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엉엉 울었어요.”(김 양)

서러워도 어쩔까. 이게 사회인데. 그래도 고2 남모 군(18·강원 동해시)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려 노력한다. 주말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다. 종일 그릇을 윤기 나게 설거지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운다. 음식물이 옷에 쏟아져 벌건 물이 드는 일은 예사다. 주문 전화를 받으면 “사장님” “사모님” 해가며 손님들의 불평불만까지 들어줘야 한다고.

남 군은 “다른 사람들보다 사회를 먼저 배운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일하려 한다”면서 “돈도 벌지만 일하고 나면 ‘공부하는 게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이점도 있다”고 했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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