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군이 도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산촌유학’의 본고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양양군 서면 철딱서니학교로 온 학생들이 눈밭에서 뛰어논 뒤 카메라 앞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명상 중인 강원 양양군 현북면 고마리작은학교 학생들.사진 제공 철딱서니학교·고마리작은학교
강원 양양군이 산촌유학의 메카로 뜨고 있다. 1976년 일본에서 시작된 산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가족과 떨어져 산촌에서 학교를 다니며 생활하는 일종의 대안운동. 양양에는 2009년 서면 공수전리에 철딱서니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현북면 어성전리에 고마리작은학교가 개교했다. 또 올해 현남면 하월천리에 더채움학교가 개교를 앞두고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이곳 어린이들은 마을 내 공립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고 방과후 프로그램과 숙식을 산촌유학 학교에서 해결한다.
○ 천혜의 자연 경관과 군(郡)의 지원
차채움 더채움학교 교장은 “설악산과 동해가 어우러진 자연환경은 양양의 최대 강점”이라며 “군이 운영비를 지원하는 데다 이미 다른 산촌유학 학교가 운영 중이어서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점도 양양을 선택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당초 양구에 자리 잡았던 철딱서니학교가 양양으로 옮긴 것은 폐교 위기의 공수전분교를 살리기 위한 주민과 교사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재학생이 6명만 남게 돼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철딱서니학교가 들어서면서 이를 모면했다. 양양군은 마을 휴게소를 리모델링해 학생들의 숙식이 가능한 산촌유학센터로 제공했다. 지난해 철딱서니학교에는 32명의 초중학생이 함께 생활했다.
고마리작은학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학교를 운영하는 오경애 씨가 산촌유학 장소로 양양을 택했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지역사회도 점차 마음을 열었다. 양양군이 운영비로 4140만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이곳에서는 어린이 17명과 교사 4명이 함께 생활했다. 올해 개교하는 더채움학교에도 2500만 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 폐교 위기 벗고 마을은 활기 넘쳐
산촌유학 어린이들의 방과후 프로그램은 도시에선 경험하기 힘든 농사짓기, 썰매타기, 눈싸움, 고기잡이, 곤충채집 등이다. 또 무예나 요가를 배우고 지역축제도 찾아간다. 여행을 다니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 과제. 이곳에선 TV 시청이나 게임은 할 수 없다. 밥을 푸고 반찬 덜기, 빨래 개기, 설거지 등은 스스로 해야 한다. 이곳에서 6개월 이상을 지내면 아이들이 몰라보게 달라진다고 운영자들은 말한다.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자립심을 익힌다.
어린이들뿐 아니다. 조용했던 산촌마을은 이들로 인해 큰 변화를 겪었다. 마을마다 20∼30명의 어린이가 늘어나 마을 학교는 폐교 걱정에서 벗어났다. 특히 산촌유학 학교들은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는 공동체 생활을 지향한다. 주민들을 위한 학예회도 열고, 지역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권용진 공수전리 이장(55)은 “어린이가 많이 늘어나 활기 넘치는 마을로 변했다”며 “학부모들이 마을 홍보대사 역할을 하니 농산물 판매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