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출연기관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
는 비판을 받아 온 인천발전연구원의 수
장이 된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그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빚더미에 오를 때
까지 인천발전연구원이 경고조차 못했다
는 비난을 달게 받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지난해 12월 24일 취임한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 원장(53)은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취임을 알리는 현수막도 걸지 않았고 축하 화분은 모두 돌려보냈다. 그는 인천발전연구원에 처음 출근한 뒤 연구원 청소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여성 3명과 가장 먼저 식사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연구에 매진해야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개인적 소신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올해 추진할 예정이던 84개 기본 및 정책과제 가운데 5개 과제만 남겨두고 나머지 과제를 모두 수정했다.
“그 과제의 수행이 왜 필요하냐”를 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추진할 과제를 상당수 중단하고 새롭게 수행할 과제를 찾은 것.
그리고 김 원장은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원들에게 “새 과제를 수행할 때는 담당 공무원도 만나고 인하대, 인천대, 가천의과대 교수,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도 참여시켜 자문하면서 사업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과제 수행을 통해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혼이 담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의 책임과 양심을 느낄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 때 시민들이 인천발전연구원을 신뢰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 원장은 “보고서를 왜 냈는지 모르겠다” “한쪽 입장에서만 분석했다” 등 이른바 ‘면피용 보고서’로 인해 인천발전연구원이 비난받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요구와 무관하고 어디에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도 모르는 정책 과제 수행은 안 할 것이라는 것. 그는 인천의 도심재생사업과 제조업 부흥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이면서 체계적으로 현안을 연구, 조사, 분석해 시민들이 공감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40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인천 남동공단에 있고 이 중 300∼400곳을 국가정보원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약 기술 유출이라도 벌어지면 국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업체들이죠. 인천이 경제수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 제조업과 부품산업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천 도심재생사업과 관련해서도 “옛 도심권 개발 사업 때 3대가 한곳에 모여 살 수 있는 타운하우스 개념의 공간이 더 많아지도록 정책 제안을 하겠다”며 “이럴 경우 영유아 보육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우리 전통인 대가족 제도의 장점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인천에 반드시 필요한 인력 풀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현재 인천시와 관계있는 자매도시, 우호도시의 학자를 비롯해 인천 출신과 인천에 관심 있는 교수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양한 정보를 교환할 생각입니다. 인천의 국제화를 위해 우수한 인재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는 인천발전연구원이 시민과 함께하고 사랑받는 인천의 ‘싱크탱크’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단 한 장짜리 보고서라도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 생각입니다. 시민들이 알기 쉽게 지도도 넣고 시뮬레이션도 만들겠습니다. 또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법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쉽게 소개하고 전문가를 위해 만든 문건이 아닌 시민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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