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학 탐방]국립 부경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국립대 첫 공학인증… 전국 첫 무역인증… 자타 공인 명품대

국립 부경대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 1208개 고교에서 지원할 만큼 학생들에게서 대학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신입생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등급이 평균 2.34등급이었다. 사진은 부경대 경제학부 학생들의 강의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부경대
국립 부경대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 1208개 고교에서 지원할 만큼 학생들에게서 대학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신입생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등급이 평균 2.34등급이었다. 사진은 부경대 경제학부 학생들의 강의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부경대
부산지역 학생들은 부경대를 참 부러워한다. 우선 국립대다. 등록금이 그만큼 저렴하다는 얘기다. 민간투자 방식으로 지은 기숙사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취업률도 전국 일반 국립대 가운데 가장 높다. 남구 대연동 대연캠퍼스는 부산에서 거의 유일한 평지 캠퍼스다. 지하철역에서도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교육역량 강화사업도 전국 지방대 가운데 1위다. 국가 지원금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어권 나라에서 온 유학생도 많아 자연스레 학생들의 국제화 수준도 쑥쑥 증가하고 있다. 광안리해수욕장 오륙도 이기대 등 부산 해양관광 명소도 지척이다. 이런 내외부 환경을 디딤돌 삼아 명품 국립대 부경대의 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신입생 모집 결과 수시모집 학생부 등급은 평균 2.43등급이다. 경영대는 1.85등급이다. 대학 재학생 가운데 60%만 부산 학생이다. 전국 1208개 고교에서 지원할 정도로 지원 고교 범위도 넓다. 학생 관리도 철저하다. 학점 인플레를 막기 위해 학점 상대평가제를 10년 전 도입했다. 2004년부터는 일정한 자격이 안 되면 졸업할 수 없는 졸업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대로는 처음으로 공학인증을 받았다. 지방대 첫 건축공학과 5년제 풀 인증, 부산 첫 경영교육 인증, 전국 첫 무역인증 등 학과별로 잇달아 인증을 받고 있다. 학과별 교육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 취업 명문 국립대

부경대는 3000명 이상 졸업자를 배출하는 A그룹 일반 국립대 가운데 취업률 56%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취업률 산정방식을 건강보험 가입 기준으로 했다. 따라서 이 결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각 대학이 해온 취업률 부풀리기에서 거품을 뺐더니 일반 국립대 가운데 부경대가 최고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는 최근 1년간 삼성전자에 67명(인턴 포함)이 합격했다. 해양공학과 83.3%,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82.1%, 생태공학과 80% 등을 보였다.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국가자격 시험에도 잇달아 합격생을 내고 있다. 지난해 관세사 시험 전국 수석은 부경대 학생이었다. 박맹언 총장은 “부산 최초 대학인 부경대는 1950∼60년대 전국 최고 수재가 입학해 근대화 주역으로 활약했다”며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다소 침체기도 있었지만 이제 그 화려한 명성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학생 개개인의 실력도 전국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전국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횟수만 50회에 이른다. 제7회 대한민국 DA(Data Architecture) 설계공모전에서는 대상 우수상 장려상을 부경대 학생들이 싹쓸이했다. 지난해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계획평가에서 전국 대형 지방대 가운데 최우수를 차지했다. 2009년 실적평가에서도 부경대는 우수대학이었다. 여기서 받은 국가지원금 64억 원으로 국제화 등 14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오직 부경대만 가능한 특성화


부경대의 지구환경·에너지, 해양수산, 나노·바이오 분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양, 수산 분야 학문의 샘이다. 따라서 다른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특성화 사업이 활발하다.

‘발광다이오드(LED) 해양 융합기술 연구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393억 원을 투입했을 정도. 녹색성장 사업인 LED산업과 부산, 경남지역 강점 산업인 해양산업 간 융합기술로 국가 LED산업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박 총장은 “해양수도인 부산의 특성에 맞고 세계적인 차세대 산업에 대한 투자”라며 “다른 대학은 엄두도 못 낼 일을 우리 대학이 독보적으로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부품소재 산업 전문인력 양성도 부경대만의 특화 산업이다. 대학 인근에 고리, 신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다. 대학 측은 원자력발전소 건설보다 부품소재 개발에 핵심 인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을 추진했다. 관련 연구센터로 첨단용접센터 등 3개 센터를 조성했다. 부산 기장군 동백리에도 전국 대학 최대 규모인 녹색성장연구단지가 있다. 해수담수화 신기술, 해양생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 해조류 연료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 기상지진기술개발사업단, 부산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 등도 부경대가 특성화 분야를 살린 국책사업이다. 또 실습 선박인 가야호, 탐사 선박인 탐양호 등 최첨단 선박 2척으로 오대양을 누비며 바다를 연구하는 대학은 부경대가 유일하다.
부경대의 역할 모델은 핀란드 오울루대다. 이 대학은 글로벌 기업인 노키아의 기술 인력을 키우는 곳이다. 노키아에서 사용하는 정보기술(IT) 장비 개발회사인 지멘스네트워크는 250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70%를 이 대학에서 지원받는다. 대학과 기업의 선순환 구조가 핀란드 오울루대 산업 클러스터의 핵심이다. 기업은 대학에서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대학은 기업을 또 다른 교육기회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기업 연구센터 200여 개가 있다.

부경대는 용당캠퍼스를 오울루대처럼 신성장 산업단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용당캠퍼스에는 LED센터, 중소기업 기업훈련 컨소시엄사업단, 동남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단, 한국정보통신연구원 오픈 연구개발(R&D)센터 등이 잇따라 입주하고 있다. 3월에는 다목적 공학 연구동이 들어선다. 부경대는 용당캠퍼스를 오울루대 산학산업단지, 미국 실리콘밸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처럼 키우기로 했다. 즉, 대연캠퍼스는 교육 기능을, 용당캠퍼스는 도심형 산학협력단지로 차별화할 계획. 부경대는 “고도로 분화된 산업기술시대에 대학이 아카데미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곧 부경대 용당캠퍼스에서 노키아처럼 세계적 기업 연구센터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립 부경대는? ::

1924년 출발한 부산공업대와 1941년 문을 연 부산수산대가 1996년 통합된 부산지역 국립대학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캠퍼스(35만9509m²·약 10만8000평)와 인근 용당동 용당캠퍼스(32만3864m²·약 9만8000평)로 이뤄져 있다. 인문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경영대 공과대 수산과학대 환경해양대 등 6개 단과대학과 일반대학원 및 특수대학원 4개가 있다. 학생은 2만8000여 명이며 교수 794명이 재직하고 있다.

■ 박맹언 부경대 총장 “수산해양 세계 최고… 일본도 못 따라올 것”

박맹언 부경대 총장(사진)은 “국제화시대에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면 부경대를 선택하면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2008년 취임한 박 총장은 “남은 임기에도 학생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숙사와 취업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통합 이후 부경대의 발전 속도가 비약적이다.

“학생 편제 정원은 통합 이후 1000명 정도 줄었다. 반면 대학에 등록한 학생은 1500여 명이나 늘었다. 학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가기 위해 휴학과 자퇴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취업과 학생지도에 대한 대학본부와 교수들의 관심은 뜨거울 정도다. 2008년 3건에 29억 원이던 대형 국책연구사업 유치 실적이 2009년과 지난해엔 19건에 1241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부경대에 대한 만족도와 사회적 위상, 대외경쟁력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취임 후 역점을 둔 분야는….

“국제화다. 재정력이 막강한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영어권 학생들을 부경대로 유학 오게 하는 ‘안방의 국제화’ 프로그램도 있다. 외국 유학생이 한국 학생과 기숙사 룸메이트가 돼 영어로만 대화하게 하는 방식이다. 부경대에는 부산에서 가장 많은 51개국 유학생 900여 명이 있다. 외국으로 보내는 우리 학생도 연간 800여 명에 이른다. 3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부경대는 전국 20개 국공립대 가운데 국제화 3위, 외국인 교수 3위, 해외파견 학생 6위, 영어 강좌 수 3위다. 우리 대학의 국제화 지수를 말해주는 것이다.”

―부경대 근처에 유엔평화문화특구가 있다.

“세계에 하나뿐인 유엔기념공원이다. 국제교류협력 및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한 국제평화교육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여기에서 유엔평화축제, 부산세계청년평화상 제정, 국제평화재단 설립, 어린이 모의 유엔총회, 국제평화영화제 등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국제화 역량도 키울 전략이다. 유엔대학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아프리카 공무원들이 부경대에서 수산 분야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있다.

“최근 4년간 아프리카 21개국 수산 관련 공무원 117명이 우리 대학에서 수산해양 기술 연수를 받았다. 브라질, 필리핀,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연수 예약도 밀려 있다. 어업, 양식, 가공, 해양바이오 등 첨단 수산해양 학문을 한곳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은 부경대뿐이다. 수산 선진국 일본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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