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등학교에 다녀도 희망하는 진로에 따라 학생이 배우는 내용이 달라진다. 영어와 수학 교과서는 실력에 맞춰 상중하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공부하는 분량이 지금보다 20% 줄어든다. 이런 내용은 2014학년도에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해 24일 발표한 ‘2011 교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의 주요 내용이다.
○ 선택폭↑ 과목 수↓
문·이과 구분은 1997년 제7차 교육과정 개편 때 사라졌지만 일선 고교에서는 관행적으로 나눠서 운영했다. 앞으로는 학생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려면 학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게 안 됐다. 어떤 과목을 들을지는 2013년 모든 학교에 배치하는 진로상담교사가 학생에게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수학의 경우 지금은 일반고 학생들이 배우는 보통 과목(수학, 수학의 활용, 수학Ⅰ, 수학Ⅱ 등)과 주로 과학고교생들이 배우는 전문과목(고급수학)으로 구분돼 있지만 2014학년도부터는 기본(기초수학), 일반(수학Ⅰ, 수학Ⅱ, 미적분Ⅰ, 미적분Ⅱ 등), 심화(고급수학Ⅰ, 고급수학Ⅱ)로 바뀐다.
상경계열에 가려는 학생에게는 진로상담교사가 다른 인문계 학생보다 어려운 수학 과목을 선택해 듣도록 조언한다. 이 학생은 수학시간에 심화수학 과목 수업을 하는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면 된다.
기초수학은 중3 수학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일반 수학 과목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이나 전문계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 과학에 소질이 있는 일반계고 학생은 자기 학교에서 과학고 수준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예체능계 지망 학생은 필수 과목만 이수하고 나머지 수업 시간은 실기 관련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전체 과목 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세분됐거나 내용이 겹치는 과목, 학생이 거의 선택하지 않는 과목은 통폐합된다. 교과부는 고교의 선택과목 수를 261개에서 198개로 줄일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1 때 배우던 사회 도덕 과목 내용은 중3 과정으로 넘기거나 ‘법과 정치’ 같은 다른 고교 과목에 포함된다. 고1 과정이 국민 공통 교육 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에 ‘공통 교육’ 성격이 강한 과목을 없애기로 했다.
○ 대학 입시는 어떻게?
학생의 선택폭을 늘린 이유를 교과부는 “대학의 계열별 전형방안 다양화 등 향후 학교 교육과 대학 입시의 연계 강화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학교 교육만 갖고 자기만의 장점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선택 과목 자체가 학생의 특성을 보여 준다. 게다가 2014학년도부터 새로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도입하면 수능의 비중이 입시에서 줄어든다. 이번 개편으로 입학사정관 제도가 주요 대입 전형으로 자리 잡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차관 시절 “초중고교 교육부터 바꾸고 대입 제도를 나중에 손질하는 게 맞지만 대입 제도가 그대로 있으면 학교 현장이 변화를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입학사정관제 정착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내신 절대평가 논의도 다시 시작할 개연성이 높다. 과목마다 선택 학생 수가 다르면 내신산출에 문제가 생긴다. 교과부는 선택 학생 수가 35명 미만인 과목은 이수 또는 미이수로만 평가할 계획이다. 과목별 성취 수준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없앤다는 것이다.
○ 공부량↓ 창의활동↑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의 내용이 20% 정도 줄어든다. 교과부는 다른 학년 또는 과목 간에 겹치는 내용만 빼도 이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실제로 중1 사회 ‘국가별 기후 특징’과 중3 과학 ‘기상’에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교과 내용이 줄어드는 만큼 창의적 재량 활동 시간은 늘어난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갖고 하던 수업 방식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형태로 변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즐거운 곳이라고 느끼도록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교육과정 개발 및 검토 단계에는 학습연구년제 교사 등 현장 교원을 많이 참여시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학교수가 교과서 집필을 주로 맡아 책의 내용이 학교현장과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과부는 연말까지 과목별 개편 내용을 마련한 뒤 2013년 말까지 교과서 집필 및 검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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