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4시간 열띤 토론… ‘생각하는 힘’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22일 대구 신명고에서 시작한 ‘토요논술학교’에서 경북고 이금희 교사가 학생들과 논
술수업을 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22일 대구 신명고에서 시작한 ‘토요논술학교’에서 경북고 이금희 교사가 학생들과 논 술수업을 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바이오 연료는 좋은 대안입니다. 단점을 해결하면서 발전시켜야죠.”

“바이오 연료가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2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산동 신명고. 차가운 날씨지만 교실에는 고교생들의 논술 공부 열기가 가득했다. ‘바이오 연료와 환경’을 주제로 토론하던 한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 석유나 석탄 연료 대신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의 장단점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원화여고 2학년 박보영 양(19)은 “4시간 동안 주제 토론을 했더니 머리가 복잡하다”며 “그렇지만 다양한 의견 속에 생각이 깊어지는 경험이 짜릿하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토요논술학교’는 대구지역 69개 일반계 고교 학생 453명(인문사회 267명, 수리과학 186명)이 참가해 이날부터 6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4시간씩 열린다. 수업료는 없고 희망자만 참가하는데도 학생이 크게 늘었다. 국어 수학 사회 역사 생물 화학 지리 등 과목별로 대구 24개 고교의 논술전문 교사 37명으로 구성된 통합교과논술지원단이 학생들을 지도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20개 반으로 나눠 돌아가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토요논술학교는 2007년 50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후 올해로 5년째. 지난해 참가 학생이 200여 명이어서 올해는 300명을 예상하고 준비했으나 희망 학생이 늘어 반 편성을 늘리고 담당교사를 추가 확보했다. 경명여고 한준희 교사(47)는 “지원단 교사들의 논술지도가 매우 체계적이어서 68시간 수업을 하면 실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와룡고 2학년 김준수 군(19)은 “지난해부터 이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첫 수업을 해보니 ‘과연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입 수시모집의 논술고사에 대비하는 목적 외에 대구 고교생들의 사고력을 높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읽고 쓰는 힘’을 키워 대학 졸업 이후에도 자신의 경쟁력이 되도록 하는 바탕을 마련해주려는 것이다. 경북고 이금희 교사(43·여)는 논술의 의미를 “여러 현상을 단순히 분석하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10년, 20년 뒤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할 것인가를 연습하는 공부”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현상을 살펴보면서 결국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곧 설득과 공감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논술교육은 문제해결력일 뿐 아니라 인성교육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업내용은 교사지원단이 운영하는 홈페이지(cafe.naver.com/tgnonsul)에서도 볼 수 있다. 토요논술학교를 도입한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한원경 장학관(51)은 “대학 진학뿐 아니라 훗날 취업 준비와 직장생활에서도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대구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큰 나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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