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이 공항 이용객들은 물론이고 면세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출국장 중앙에 위치한 면세품장에 세계 공항 가운데 처음으로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직영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 루이뷔통 매장은 개장과 동시에 인천국제공항 면세품 매출액을 세계 3위에서 1위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면세점의 양대 산맥인 신라와 롯데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다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면서 6월로 예정된 루이뷔통의 공항 입점이 불투명하게 됐다.
○ 파격대우를 둘러싼 논란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LVMH(루이뷔통모에에네시)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4월과 11월 잇달아 한국을 찾았다. 이때마다 국내 면세점업계 서열 1, 2위를 다투는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면세점은 ‘아르노 모시기’를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루이뷔통 직영매장 유치전에는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일본 하네다공항 등도 뛰어든 상태.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11월 5년 연속 서비스부문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을 최종 선택했다. 루이뷔통 매장은 신라면세점 점포에다 서점, 커피숍, 탑승객 대기실을 합쳐 조성될 예정이다. 공항 이용객이 가장 많은 길목에 여객터미널 내 최대 규모의 매장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롯데 측은 다른 브랜드로부터 판매가의 20%를 받고 있는 임대료를 루이뷔통 매장에는 6, 7% 선으로 할인해주는 계약 내용이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객 편의시설을 매장시설로 편입시킨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롯데면세점은 루이뷔통 매장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매장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인천지법에 냈다.
공사 측은 냉담한 반응.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7월 루이뷔통과 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를 인천공항 면세점에 유치한다는 제안서를 낸 바 있다”며 “업체끼리 유치경쟁을 벌여놓고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채 엉뚱한 공사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 내 상업시설과 고객 편의시설 공간 배치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루이뷔통의 위력
루이뷔통의 직영 1호점은 공항 위상을 뒤바꾸는 데다 면세점업계 매출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측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루이뷔통 매장의 매출액을 연간 1000억 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탑승객들의 잠재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어 인근 매장에서 200억 원가량의 부수 매출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인천공항의 연간 매출액을 10% 이상 끌어올려 1조4000억 원대를 유지하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과 영국 히스로공항을 누르고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루이뷔통에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으며, 여객터미널 중앙에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루이뷔통 매장 인근의 면세점 인도장을 동편과 서편 2곳으로 분산하는 공간 재배치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루이뷔통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루이뷔통 직영매장은 인천공항 내 면세점 매출순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공항매출액 1위를 기록하다 2007년 화장품, 향수 매장을 신라면세점에 넘겨주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화장품과 향수 매장을 보유한 AK면세점을 인수한 이후 선두 자리를 되찾았으나 ‘루이뷔통 효과’에 따라 다시 2위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공항 관계자들은 양측의 명품 매장 쟁탈전이 지루하게 이어지자 “공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환승객 유치에 도움을 주는 사안을 놓고 면세점업계가 너무 이권에 얽매여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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