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민이 힘을 모아 구제역 후유증을 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주부들이 더 마음을 써야겠지요.” 26일 경북 안동시 삼산동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안동경제살리기 행사장을 지나던 주부 조정순 씨(40·안동 안기동)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 ‘안동이 구제역 사태를 이겨내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 50대 주민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안동의 힘을 바탕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구제역 발생지라는 꼬리표가 두 달 가까이 따라다니는 안동에서 구제역 사태의 상처를 씻어내고 희망을 쌓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안동시는 새출발을 다짐하는 뜻에서 ‘어게인 안동!’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안동은 이달 7일 이후 구제역이 생기지 않아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축 이동통제도 풀려 부분적으로 한우 수매도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매몰된 소와 돼지가 너무 많은 데다 이 과정에서 축산물 먹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축산농가와 식육식당 등이 애를 먹고 있다. 아파트가 많은 송현동에서 쇠고기 식당을 하는 주인은 “손님 발길이 뚝 끊어져 마음마저 텅 빈 느낌”이라며 “고기와 함께 먹는 마늘이나 고추, 쌈야채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안동에서는 한우 5만3000여 마리 가운데 3만4500마리(65%), 돼지 11만8000여 마리 가운데 10만8000여 마리(92%)를 매몰 처분했다.
SK케미칼이 2013년 가동을 목표로 안동시 풍산읍 경북바이오산업단지 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백신(전염병 예방약) 공장을 짓기로 24일 안동시와 협약했다는 소식은 구제역으로 침체된 안동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풍산읍은 한우단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권영세 시장과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 등이 25일 이곳에서 안동한우협회와 공동으로 한우 먹기 행사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 시장은 “평소에도 안동한우를 즐기지만 오늘처럼 한우가 소중하게 느껴진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식육식당에서 판매하는 쇠고기는 안전하므로 한우 소비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무너진 축산업을 하루 빨리 재건하기 위해 ‘축산진흥과’를 신설했다. 김윤한 과장은 “매몰 가축의 보상처리를 신속하게 하고 새로 가축을 구입할 경우 100% 융자 지원하겠다”며 “설을 앞두고 축산물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시 공무원 1300여 명은 27일 안동전통시장상품권을 구입해 시내 전통시장에서 설 장보기 행사를 마련한다. 권 시장은 “공무원들의 소비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며 “안동에 다시 활력이 넘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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